지난 5일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가 태권도를 무형유산으로 등재 권고하자 우리나라는 충격에 휩싸였다. 등재 권고는 등재 확정 전 최종 절차로, 사실상의 등재 판정과 비슷한 효력을 갖는다. '요가'나 '무에타이', '실랏' 등 세계적 종목에 버금가는 위상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한국의 '국기'(국가를 대표하는 종목) 태권도가 유네스코에 등재되는데도 우리나라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신청 주체가 북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4년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로 단독 등재 신청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우리 태권도계와의 협의도 거부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 2억명의 수련 인구에게 태권도를 보급해 온 선도국으로 꼽힌다.
우리 문화유산을 총괄하는 국가유산청은 북한의 등재에 대해 3가지 해명을 내놓았다. 첫째는 '북한이 등재 신청을 한 시기는 전 정부이며 이번 정부는 공동 등재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확장 등재 신청을 추진할 것'이라는 해명이다. 세번째는 '북한이 태권도를 먼저 등재한다고 해 종주국 위치나 우리나라의 위상이 흔들리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 문화예술계와 체육계는 해명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한다. 첫째로 공동 등재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23건의 무형유산을 등재했으며 북한은 5건에 그친다. 유네스코 등재가 선전 수단으로 작용하는 북한의 현실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북한이 공동 등재에 동의해 줄 가능성은 낮다는 목소리다. 남북이 공동으로 등재한 유산은 2018년 '씨름' 1건에 불과하다.
태권도계 한 원로 인사는 "북한의 신청 때 당시 정부가 미흡하게 대처했더라도 2025년 정부가 바뀐 후 올해 11월까지 1년 반 동안의 대응도 부족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며 "애초에 공동 등재 생각이 없는 북한을 대상으로 부랴부랴 요청해 봐야 실효성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산청이 추진하겠다는 확장 등재의 현실성도 떨어진다. 확장 등재는 이미 등재된 기존 목록에 새 구성요소나 지역을 추가하는 방식인데 기존 신청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단독 등재를 대대적으로 선전한 북한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확장 등재에 동의해 줄 가능성은 낮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검토와 세계유산위의 승인 등 복잡한 절차도 넘어야 한다.
태권도 선도국으로서 입지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뜯어볼 필요가 있다. 북한 태권도는 독자적 방식을 채택한 뒤 자신들이 종주국이라고 주장해 왔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로 북한의 주장이 거세지면 우리나라의 WT(세계태권도연맹)가 주도하는 국제대회보다 북한이 이끄는 ITF(국제태권도연맹) 대회의 입김이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ITF 수련 인구는 전세계에서 4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뒤늦게라도 태권도의 역사와 정통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 단독 등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추세라면 빨라도 2030년에야 우리나라 태권도의 등재가 예상되는데, 북한보다 4년이나 늦다. 문화예술계 인사는 "태권도가 우리나라에서 갖는 입지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등재를 신청했어야 하는 종목"이라며 "전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