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수출 신기록 '승부처'…'입점' 넘어 '재구매'가 관건

세종=정혁수 기자
2026.09.03 21:53

-지난 1~7월 83.2억달러 역대 최대…연간 목표 160억달러 '도전'
-라면·신선과일 성장세 뚜렷…시장편중·검역·콜드체인 벽 넘어야
-美 주류시장 안착·신시장 다변화…상시판매·재구매 구조 만들어야

중국 상해에서 열린 'K푸드페어' 전시관에 많은 이들이 몰려들었다. /사진=aT

K푸드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K푸드+ 수출액은 83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년 동기보다 5.3% 늘었다. 하지만 정부가 세운 연간 목표는 역대 최대인 160억달러다. 앞으로 5개월 동안 76억8000만달러를 더 수출해야 한다.

단순 계산하면 올해 1~7월 월평균 수출액은 약 11억8900만달러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은 5개월간 월평균 15억3600만달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보다 수출 속도를 약 30% 더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K푸드+ 연간 수출액이 136억3000만달러였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목표의 벽은 더 높아진다. 올해 160억달러를 달성하려면 연간으로 약 17%의 성장이 필요하다. 현재 5.3%인 증가율을 하반기에 크게 끌어올려야 가능한 숫자다.

3일 농식품부·aT 등에 따르면, 올 하반기는 포도·배·딸기 등 신선농산물 출하가 집중되고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 크리스마스 등 글로벌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시기다. 정부가 하반기를 K푸드+ 수출의 '골든타임'으로 보는 이유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 중인 푸드위크 코리아 2025와 연계해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2025 BKF+'가 진행되고 있다. 2025.10.2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실제 수출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올해 7월까지 포도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35.0%, 배는 55.2%, 딸기는 15.7% 증가했다. 라면은 7개월 만에 10억달러를 돌파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중동과 중남미, 유럽 등에서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160억달러를 넘기 위해서는 '잘 팔리는 몇 개 상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첫 번째 과제는 품목과 시장의 편중을 줄이는 일이다. 라면을 비롯한 일부 가공식품의 폭발적인 성장이 전체 수출을 이끌고 있고, 신선과일 역시 딸기·포도·배 등 3개 품목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과실류 수출에서도 딸기·포도·배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특정 품목이나 국가의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 전체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배 수출의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대만·베트남 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단감의 중국시장 진출, 한우·한돈의 싱가포르·홍콩 진출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해외마케팅종합대전에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K푸드 관련 수출상담을 하고 있다. 해외마케팅종합대전은 매년 무역의 날(12.5)을 기념하여 해외 유력바이어를 초청하여 국내 유망 중소기업과 1:1 수출상담을 주선하는 협회 대표 수출상담회이다. 2025.11.26.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

두 번째는 신선농산물의 물류와 품질에 달렸다. 포도와 딸기는 가공식품과 달리 운송시간과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숙도를 90%까지 높인 프리미엄 딸기는 맛은 좋아지지만 저장성과 운송 안정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해외 소비자의 식탁까지 품질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반복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정부는 포도 수출을 위해 저온수송차량을 지원하고 주말·공휴일 검역을 확대하는 한편 딸기 수출용 항공 화물 공간 확보에 나선다. 베트남과 중앙아시아 등에서는 콜드체인 지원도 확대한다.

세 번째 장벽은 검역과 각국의 비관세 규제다.

농식품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국가별 검역·식품안전·포장·인증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최근 유럽에서는 포장 및 포장폐기물 관련 규제가 시행되고 있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시장에서는 할랄 대응이 중요하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3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과자, 라면, 김 등 K푸드를 살펴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1분기 케이-푸드플러스(K-푸드+) 수출액이 33억 5000만 달러(잠정)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K-푸드+'는 신선·가공 농식품과 함께 동물용의약품, 농기계, 농약, 비료 등 농산업 전후방 산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2026.04.03.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정부도 비관세장벽 대응을 하반기 5대 수출전략 가운데 하나로 별도 설정했다.

결국 검역 협상이 끝난 뒤가 더 중요하다. 시장을 열어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품 등록과 통관, 인증, 현지 유통까지 정부와 기업이 함께 움직이는 '수출 원스톱 체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입점'을 '판매'로 바꾸는 것이다.

미국 코스트코나 월마트, 타깃 등에 제품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수출의 종착점이 아니다. 현지 소비자가 다시 찾고 유통업체가 재주문해야 지속적인 수출이 된다.

정부가 아시아계 소비자를 넘어 미국 일반 소비자를 겨냥해 H.E.B·크로거·타깃 등 주류 유통망을 확대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K푸드를 일시적인 한류 상품이 아니라 현지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데일리 푸드(Daily Food)'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1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식품유통대전(K푸드쇼)에서 청정원 부스를 찾은 외국인 방문객들이 비빔국수를 시식하고 있다. 'K분식, 세계의 식탁으로'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분식, 식음료, 외식 프랜차이즈, 건강기능식품 등 K푸드를 대표하는 40여개 대·중소기업이 참가했다. 2026.6.1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몽골·카자흐스탄에서 한국 편의점을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하거나 미국 호텔에서 한국산 과일을 룸서비스로 제공하는 전략도 결국 현지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다.

농기계와 스마트팜 등 농산업 수출도 빼놓을 수 없다. K푸드+ 160억달러에는 농식품뿐 아니라 농기계·스마트팜·동물약품 등 농산업 수출도 포함된다. 농기계는 제품 판매 이후 부품 공급과 사후서비스 체계를 갖춰야 하고 스마트팜은 단순 설비 수출을 넘어 기술·운영·교육을 묶은 패키지형 수출로 전환해야 장기적인 시장을 만들 수 있다.

결국 160억달러 달성 여부는 하반기 판촉행사를 얼마나 많이 여느냐보다 지속적으로 팔리는 구조를 얼마나 빨리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히트상품은 더 키우되 품목과 시장은 넓히고, 검역과 규제 장벽은 낮추면서 냉장·물류 인프라는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대형 유통업체 입점 이후의 판매와 재구매까지 관리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83억2000만달러라는 역대 최고 기록은 K푸드의 경쟁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160억달러는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만으로는 닿기 어려운 목표다. '한국 음식이 인기 있다'는 한류의 힘을 '한국 식품을 계속 산다'는 소비의 힘으로 바꾸는 것. 남은 5개월 K푸드 수출의 진짜 승부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관계부처·기관과 민간이 원팀이 돼 K푸드+가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