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0억원대 국가 5대 전략 수출 품목이자 세계 2위 생산국인 우리나라의 굴이 부실검사와 예산 삭감으로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해양수산부 및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수출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굴 제품이 미국 현지에서 노로바이러스 검출로 6차례나 전량 폐기·리콜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 식품의약국(FDA) 현장 위생점검 대비와 바이러스 오염원 차단의 핵심 인프라인 '패류생산 지정해역 공중화장실 설치' 2027년도 예산을 해수부가 전액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패류양식 산업은 약 1조3000억원 규모이며 한국은 '세계 2위의 굴 생산국'이다. 특히 굴은 연간 생산량 32만300여톤(생산금액 3250억원)으로 전체 패류 생산량의 67.4%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품종이다.
대부분의 수산물이 수입에 의존(바지락 400억, 백합 300억 수입 등)해 외화 유출이 심각한 상황에서 굴은 국내 수산물 수출 5위이자 매년 1000억 원 상당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국가 전략 품종이다. 그러나 정부의 안일한 위생 안전망 관리가 굴 산업을 위태롭게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2년(2024년, 2025년) 국내 검사를 통과해 미국으로 건너간 냉동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6차례 검출됐다. 해당 물량은 전량 미국 현지에서 폐기 처분되거나 수입업체를 통해 강제 리콜됐다.
불법 수출 혐의가 의심돼 수사의뢰 및 생산·가공·수출 중지 처분을 받은 업체가 있는가 하면 업체 폐쇄로 원인 조사조차 불가능해져 미국 현지 수입업체를 통해 전량 리콜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수출 패류를 관리할 때 선적 직전 단계의 완제품에 대한 노로바이러스 검사는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 실제 해수부는'해당 수출용 굴에 대한 출하·선적 전 노로바이러스 정밀검사 실적은 전무(0건)'하다고 답변했다.
'식품의 기준 및 규격'상 생식용 굴에 대한 미생물 기준은 세균성 식중독균 위주로 규정돼 있으며 노로바이러스 기준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통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기준을 두기보다는 노로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는 해역의 생굴에 대해 '가열조리용' 표시를 의무화하거나 권고하고 지정해역 내부의 위생을 집중 관리하는 사전 예방적 관리 방식을 취택하고 있다. 해수부는 70개 해역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해수·패류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및 유럽연합(EU)은 검역 단계에서 노로바이러스 검출 시 즉각 리콜·폐기를 단행한다. 따라서 국내 기준에 없다는 이유로 해역 모니터링에만 의존하고 정작 1000억 원대 수출 효자 품목의 선적 전 스크리닝을 방치한 것은 해수부의 관리 태만이라는 지적이다.
또 관리 해역에서 노로바이러스 검출이 늘어가고 있다. 2024년부터 2026년 9월까지 굴 생산해역 35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전체 검사의 40.6% (1,223건 중 497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특히 검출 건수는 2024년 178건에서 2025년 193건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하며 오염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은 가을·겨울 성수기(10~12월)가 반영되지 않은 1월부터 9월까지의 통계임에도 이미 126건이 검출돼 동절기 유행 진입 시 전년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35개 조사 지점 중 검출률이 50%를 웃도는 고위험 지점만 10개소(28.6%)에 달했으며 3회 검사 중 3회 모두 검출된 지점을 비롯해 누적 검출률이 100%에 달하는 지점도 3곳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요 굴 주산지 해역의 노로바이러스 검출이 계속되고 있지만 해수부 차원의 대책은 '해당 지방정부를 통해 출하연기 조치 및 현장 지도 등을 실시'하는 정도에 머문다. 홍보 외에 특별한 행정조치는 없는 것이다.
예산도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 굴의 노로바이러스는 바다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육상 분뇨가 해역으로 유입돼 발생한다. 따라서 바다 자체에 사람 분변이 들어가지 않도록 완벽히 격리하는 환경 관리가 중요하다.
그러나 해수부의 사실상 유일한 환경 관리 예산인 '패류생산 지정해역 공중화장실 설치'사업이 2027년도 예산안에서 전액 미편성(0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증액해도 부족할 상황에서 전액 삭감을 한 것이다.
신 의원은 "해수부는 겉으로는 '2030년 굴 수출 세계 1위(1억 6000만달러 달성)' 호언장담하면서 뒤로는 바이러스 차단의 가장 기초적인 화장실 설치 예산마저 0원으로 깎아 버렸다"며 "사실 그동안 예산도 너무 미미했고 연안 하수처리시설 관리는 환경부와 지자체 소관이라는 이유로 해수부는 적극적인 부처 간 협의나 인프라 개선 요구 없이 바다가 오염되면 '가열조리용 표시 부착' 권고 등 느슨한 사후 통제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