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팥밭 찾은 김병석 원장 "팥 농사 기계화 전환 이끌겠다"

공주(충남)=정혁수 기자
2026.10.15 22:58

17시간 넘던 팥 수확 52분으로…기계화로 노동시간 95% 절감
국산 품종 '홍미인' 수확 시연…농가 소득 높일 현장기술 확산

김병석 국립식량과학원장(왼족에서 두번째)이 충남 공주시 태봉동 팥 재배 현장을 찾아 농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사진제공=농촌진흥청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기계 수확에 적합한 신품종을 널리 보급하고, 팥 농사의 기계화를 앞당기겠습니다."

김병석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이 15일 충남 공주시 태봉동의 팥 재배 현장을 찾아 "농업인들이 수확철마다 겪는 일손 부족 문제를 덜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농촌에서 요즘 가장 귀한 것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농사지을 땅이 있고 씨앗을 뿌려 작물을 잘 키워도 정작 거둘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이 겹치면서 수확철마다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다.

팥 농사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식탁에서 팥죽과 팥빙수, 떡의 재료로 친숙한 팥이지만 재배 현장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팥 품종들. 왼쪽부터 '아라리' '홍미인' '홍다'. 이들 품종은 기존 재래종과 달리 줄기가 곧게 서고 쓰러짐에 강할 뿐만 아니라 기계 수확에 적합하도록 개발된 국산품종이다./사진제공=농촌진흥청

기존 재래종 팥은 줄기가 덩굴처럼 자라고 쉽게 쓰러지는 특성이 있다. 콤바인으로 수확하기 어려워 사람이 직접 거둬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농가에는 큰 부담이었다.

이날 김 원장이 찾은 공주 팥밭에서는 그 오랜 고민을 덜어줄 가능성이 확인됐다.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홍미인'을 콤바인으로 수확하는 연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팥 재배 농민과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홍미인은 기존 재래종과 달리 줄기가 곧게 서고 쓰러짐에 강하다. '아라리', '홍다'와 함께 기계 수확에 적합하도록 개발된 국산 품종이다.

기술의 효과는 숫자로 확인된다.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 10아르(a)의 팥을 사람이 수확하면 17.44시간이 걸리지만 콤바인을 이용하면 0.86시간이면 된다.

17시간 넘게 걸리던 일이 약 52분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노동시간 절감률은 95%에 달한다.

15일 충남 공주시 태봉동 팥 재배현장에서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홍미인'을 콤바인으로 수확하는 연시회가 열렸다./사진제공=농촌진흥청

기계 한 대가 농민의 고된 노동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시연을 지켜본 공주시 청춘팥작목반 김대규 대표도 반가움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기계 수확이 가능한 팥 품종으로 수확에 드는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김병석 원장이 추진하는 팥 농사 기계화는 단순히 수확작업을 편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올해 경기 연천과 강원 영월, 충남 공주 등 3개 지역에 총 10㏊ 규모의 채종단지를 조성했다.

생산자 단체에는 파종·정선기와 원료곡 가공설비, 농자재 등을 지원하고 있다.

김병석 원장은 기계화에 적합한 품종을 농가에 보급하고, 생산비를 줄이는 동시에 가공 산업과 연계해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으로 수확량이 많고 팥알 색이 진한 '너울', 항산화 활성이 우수한 '여울' 등 새로운 품종도 개발·보급할 계획이다.

물론 품종 하나가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농가가 실제로 기계를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생산한 팥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춰야 한다.

농업기술의 진보는 때로 거창한 발명보다 농민의 굽은 허리를 조금 펴주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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