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책임론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거취 문제와 맞물리면서 농식품부가 술렁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논란을 일으킨 농지 전수조사를 송 장관의 제안이라고 설명한 뒤, 농민 반발을 수습해 온 농식품부 공무원들의 허탈감까지 겹치는 분위기다.
27일 농업계와 농식품부 안팎에 따르면 국정감사 종료 이후 송 장관이 오는 연말까지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돼 이재명 정부에서도 유임된 송 장관의 향후 거취를 둘러싼 전망이다.
논란의 계기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어민과의 대화'다. 이 대통령은 농지 전수조사의 추진 경위를 설명하면서 송 장관이 법률상 수십 년간 하지 않은 조사를 "하는 김에 전수 조사를 합시다"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조사 목적도 농지를 빼앗거나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농지 전수조사는 이 대통령이 앞서 공개적으로 추진을 주문한 정책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국무회의에서 필요하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전수조사하고 방치 농지에 대한 매각 명령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5월6일에도 송 장관으로부터 실시계획을 보고받은 뒤 실효성 있는 처분을 주문했다.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송 장관은 대통령과 사전에 직접 교감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조사 준비 기간이 짧아 정교한 설계와 검토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정책 추진의 허점을 따질 이유는 충분한 셈이다.
대통령의 지시와 장관의 구체적인 조사 확대 제안은 양립할 수 있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 온 정책의 출발점이 장관의 제안으로 부각되자, 정책적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해졌다.
특히 농식품부 내부에서는 정책을 떠받쳐 온 실무진의 사기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식품부는 국·과장 70여 명을 지역 담당관으로 편성해 전국 시·군을 돌며 농지 전수조사 취지를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상속 농지와 고령농의 관행적 임대차, 농지은행 위탁 문제 등이 불거졌다. 담당자들은 성난 농심에 대응하고, 농민단체를 설득하며 보완책 마련에 매달렸다.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현장에 안착시키려던 노력이 되레 책임 논란으로 돌아오는 듯한 상황에 조직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결국 지난 8일 상속·고령농 농지 등 5가지 유형을 농지 처분 절차에서 제외하기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 방침까지 발표했다. 송 장관도 "한 분이라도 불안하게 여기신다면 저희의 불찰"이라며 설명 부족을 인정했다.
정책 설계와 집행 과정의 문제는 따져야 한다. 그러나 지시와 보고, 승인 속에 진행된 정책의 책임을 한 사람에게만 돌리는 듯한 인상이 남는다면 조직의 정책 추진 동력까지 약해질 수 있다.
더구나 장관 교체설이 확산되면 후속 입법과 농지제도 개편을 맡아야 할 직원들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 인사와 별개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행정조직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농지 전수조사는 투기를 가려내기 위해 시작됐지만, 농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행정력이 쓰였다. 이제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는 조사 결과만이 아니다. 농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과 함께, 그들을 설득해 온 공무원들의 마음도 추슬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