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풍력, 원전 등 각종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하는 '전기의 시대'다. 전 세계 최저 정전시간과 횟수, 가장 낮은 송배전 손실률이 한국의 전기품질 지표다. 총성 없는 에너지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글로벌 기업과 자본이 해법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모여들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사흘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제11회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인 'BIXPO 2026'을 열고 에너지 신기술의 사업화와 투자 기회를 넓힌다고 4일 밝혔다. 올해 빅스포는 '혁신과 가능성의 만남(Tech Innovation meets Possibility)'을 주제로 국내외 198개 기업과 전문가 등 2만여명이 참여해 에너지 산업의 최신 기술과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빅스포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수치로 증명되는 한국의 압도적인 전기품질에 기인한다. 한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호당 정전시간은 주요 선진국 대비 10~93% 낮은 약 9분(9.32분)에 불과하다. 일본(10.00분), 독일(12.90분), 영국(38.39분), 이탈리아(44.0분), 프랑스(71.57분), 미국(131.6분) 등 주요국 지표를 크게 앞선다. 가구당 연간 정전횟수 또한 0.11회로 일본(0.13회), 독일(0.27회), 영국(0.48회), 미국·프랑스(1.03회), 이탈리아(2.05회)와 비교해 매우 적다.
지구 14바퀴 길이에 달하는 배전선로를 운영하면서도 고효율 기자재 보급과 자동화설비 확대를 통해 송배전 손실률을 주요국 대비 1.2~10.1%포인트(p) 낮은 3.53%(2024년 기준·2025년 3.52%)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5분 이상 대형정전을 원천 차단하는 무정전 변전소 건설과 예약복구를 병행하는 미국·일본과 달리 전문인력이 24시간 상시 대기하는 한전만의 즉시복구 체계가 뒷받침된 결과다.
국가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전력망 운영 노하우를 확인하기 위해 빅스포 글로벌 전시관에는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두산에너빌리티, 포스코, 히타치에너지, 오라클 등 국내외 대·중견기업 30개사를 비롯해 리벨리온 등 중소·벤처기업 47개사, 한국에너지공대(KENTECH)·미국전력연구소(EPRI)·한국전기연구원(KERI) 등 대학·연구소 21개사까지 총 98개사가 참여했다. 전시관은 청정 생산·탄소배출 저감 중심의 'CLEAN Zone', 에너지 공급 핵심 인프라를 다룬 'CORE Zone', 에너지 효율화·응용기술을 모은 'SMART Zone' 등 3개 테마존으로 구성됐다
특히 한전관에서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연계해 미래 전력망 구축(직류배전·증용량 신전선), 인공지능 기반 전력설비 운영(AI 디지털트윈 가상 전력망·차세대 변전관리시스템 ADMS), 재생에너지 수용 확대와 탄소배출 저감(무탄소 가스터빈·차세대 블루수소) 등 12대 핵심 기술을 선보인다. 다목적2홀에서 열리는 발명기술혁신대전에서도 시속 30㎞ 주행 중 배전설비를 광학·열화상·초음파로 점검하는 'AI 복합진단장비' 등 62건의 우수 특허 기술이 공개된다.
올해 처음 신설된 '스타트업 투자관'은 기술 교류를 넘어 자본과 사업 협력으로 도약하려는 빅스포의 변화를 상징한다. 에너지·전력('Energy & Power'), 인공지능('AI & Future'), 친환경 소재('Green Materials'), 스마트 산업('Smart Industry') 등 4개 테마존에 초격차 스타트업 20개사와 전남나주 강소특구 기업 13개사를 포함한 유망 혁신기업 100개사와 현대차증권, 에코프로파트너스,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사 34개사가 참여해 기술과 자본이 만나는 교류의 장을 펼친다.
전시장 내 플레이그라운드에서는 비접촉 생체신호 계측, 넥밴드형 AI 안전관리자, 이동형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8개 혁신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전시와 투자 상담이 함께 이뤄지는 '스타트업 타운'에서는 40개 기업의 투자 유치 발표와 일대일 투자 상담이 진행되며 별관 수출상담회에서도 전년 대비 40% 확대된 글로벌 바이어 24개사와 국내 중소기업 45개사가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수출 계약과 양해각서(MOU) 체결에 나선다.
에너지 전환과 AI, 미래 전력망 현안을 다루는 총 46개 세션의 전문 컨퍼런스도 사흘 내내 이어진다. 5일 오전 열리는 '에너지 리더스 서밋(ELS)'에서는 알리 이자디 블룸버그NEF 글로벌 에너지전환 분석 총괄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LG AI연구원, 보스턴다이내믹스, 미국전력연구소 등이 참여해 AI 시대 전력망의 변화와 피지컬 AI의 미래를 조망한다. 같은 날 오후 열리는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 in BIXPO 2026'에서는 싱가포르 세라야 파트너스의 더글라스 강 파트너와 이종민 한전기술지주 대표이사, 한국투자공사(KIC), 사학연금공단 등 투자·산업계 관계자들이 공공 에너지기술의 사업화와 에너지 유니콘 육성을 위한 글로벌 투자 연계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한전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품질을 유지하며 축적한 한전의 전력망 운영 노하우에 국내외 혁신 기업들의 기후테크·AI 기술이 더해져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올해 11회째를 맞은 빅스포를 단순한 기술 교류의 장을 넘어, 유망 기술이 글로벌 자본을 만나 실질적인 사업화와 수출로 이어지는 글로벌 에너지 산업 성장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