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서 화합하는 추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지만 이 집안은 대대적으로 ‘부부 싸움’을 한 판 벌일 기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양대 산맥인 넷플릭스와 디즈니 의 신작 주인공을 맡아 대리전을 치르는 배우 손예진, 현빈 부부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나란히 신작으로 돌아왔다. 포문은 현빈이 먼저 열었다. 지난해 공개돼 그에게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까지 안겼던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가 두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되며, 지난 9, 16일 각각 2부씩 총 4부까지 베일을 벗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23일 나머지 2회를 확인할 수 있다. 연휴를 맞아 ‘몰아보기’로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이에 맞서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8부작 ‘스캔들’은 18일 전편이 공개된다.
손예진과 현빈은 그동안 다양한 작품으로 얽히고설켰다. 지난 2018년 영화 ‘협상’의 남녀 주인공으로 발탁돼 처음 연기 호흡을 맞췄으며, 이듬해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연이어 인연을 맺었다. 이 직후 열애설이 불거졌으며 몇 차례 이를 부인하던 두 사람은 결국 2022년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 후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그 결과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는 현빈이 영화 ‘하얼빈’, 손예진이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부부 최초 동반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두 영화는 개봉 시기가 달랐기 때문에 두 사람의 ‘맞대결’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두 배우가 자존심을 걸고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하는 구도다.
손예진은 넷플릭스 ‘스캔들’의 주인공 조씨부인 역을 맡았다. 지난 2002년 영화 ‘취화선’ 이후 무려 24년 만에 사극 연기에 도전한다.
익숙한 소재를 낯선 연기로 차별화하는 것이 손예진이 가진 숙제다. ‘스캔들’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가 지난 1782년 발표한 소설 ‘위험한 관계’가 원작이다. 이미 수차례 영상화됐다. ‘발몽’(1989),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1999) 등 해외 작품 뿐만 아니라, 지난해 2003년에는 배우 배용준, 이미숙이 주연을 맡은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재탄생됐다.
손예진은 이미지 변신도 꾀한다. ‘스캔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이 부군을 잃은 희연(나나)을 두고 벌이는 발칙한 내기를 그린다. 조씨부인은 겉으로는 정숙한 사대부 집안의 여성이지만 실제로는 사촌지간인 조원과 묘한 감정을 교류하며 계략을 꾸미는 인물이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는 이미숙이 연기했다.
손예진은 "대본을 읽으면서 역할에 대한 매력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한땀 한땀 장인정신으로 완성해야 하는 캐릭터라 어려웠고 감독님과 대화를 하며 숙제처럼 풀어나갔다"면서 이미숙에 대해서는 "모든 작품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으로서 카리스마가 넘치지 않나. 너무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선배님이 이 시리즈를 꼭 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에 맞서는 현빈의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1979년이 배경이다. 전편(1970년)에서 9년이 지난 시점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초유의 대통령 저격 사건인 10.26사태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통령을 시해한 중앙정보부장이 체포된 후 그 공석을 메우게 된 백기태(현빈) 부장 직무대행이 보안사령관 및 9년 동안 복수를 준비한 장건영(정우성)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다.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은 "모든 권력이 합수부(합동수사본부)에 집중되면서 중앙정보부의 권력을 빼앗으려고 하는데 과연 그 중정이 가만히 당하기만 했을까. 역사에는 드러나진 않았지만 중정의 반격도 있지 않았을까에서 시작된 것이 우리 작품이다. 그리고 그 시작점의 필두가 백기태"라면서 "시즌1이 아이들의 싸움이었다면, 시즌2는 어른들의 싸움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현빈은 "백기태는 시즌1에 비해 많은 부를 갖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보다 더 큰 욕망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거침없는 백기태의 독주를 막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들과의 대립 속에서 고독해질 때도 있고 위험해지기도 한다"며 "두 가지의 모습을 복합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포문을 먼저 연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가 더 많은 주목을 받는 모양새다. 하지만 18일 ‘스캔들’이 공개되면 판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명절나기에 나선 손예진·현빈 부부의 ‘동상이몽’이 또 다른 관전포인트로 떠오른 이유다.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