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 몰아넣나" 이번엔 강남 뿔났다...'용산 대신 탄천'도 난항

윤지혜 기자
2026.09.01 04:20

일원동 '대규모 공공임대 건설', 세곡동 '물재생센터 이전' 반대 극심
순환부지 없어 이전 불가피…오세훈 대안도 난항 예상

서울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용산공원 개발의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사진=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공원 주택공급 대안으로 제시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두고 서울 강남구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탄천물재생센터가 위치한 일원동 주민들은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이전 후보지로 거론된 세곡동 주민들은 물재생센터 이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현 물재생센터를 지하화한 후 상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거론하지만 서울시는 시설 현대화를 위해선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31일 강남구의회 홈페이지에는 '탄천 임대주택 공급 반대' 민원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민원인은 "구룡마을을 포함해 개포·일원 일대에 이미 상당히 많은 임대주택이 공급돼 있다"며 "용산에 짓기 어려우니 수서·일원에 지으면 된다는 '대체지 찾기'식 주택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9일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개포동에서 개최한 주민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탄천물재생센터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세곡동 주민들의 반발이 컸다. 한 지역주민은 "세곡동에는 환경자원센터와 시멘트 공장도 있는데 물재생센터까지 들어오면 혐오시설을 몰아넣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앞서 오 시장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회동에서 용산공원 주택공급 대안으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제안했다. 준공 후 40년 이상돼 노후화된 탄천물재생센터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약 39만㎡ 규모의 현 부지에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현 부지에 주거와 첨단산업·연구개발(R&D) 시설을 절반씩 배치하면 최소 1만호에서 최대 1만3000호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해당 사업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적격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탄천물재생센터 위 아파트, 현실적으로 불가능"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서울 주택 공급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2차 회동을 마친 뒤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최대 난제는 탄천물재생센터의 이전 여부다. 물재생센터가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이전 부지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물재생센터를 지하화하고 상부 공간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한문도 명지대 실물투자분석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물재생센터를 지하에 두고 위에 주택을 신속하게 지으면 7~9년 사이에 완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도쿄는 시바우라 물재생센터를 지하화한 후 약4만9548㎡의 부지에 지하 2층~지상 32층 규모의 오피스 건물을 지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 부지에서 물재생센터를 지하화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물재생센터는 24시간 하수 처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기존 시설을 가동하면서 별도의 빈 땅에 신규 시설을 짓는 '무중단 시공'이 필요하다. 신규 시설이 완공되면 물길을 돌린 후 기존 시설을 철거하는 형태다. 시는 현 부지엔 이같은 순환부지가 없어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또 물재생센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비린내와 악취 등을 고려하면 상부 주거시설의 생활 쾌적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에서도 물재생센터를 지하화한 후 상부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재생센터는 주기적으로 현대화가 필요한 시설인데 상부에 주거시설을 조성하면 대규모 유지보수나 시설 개선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며 "향후 시설을 확장하거나 이전하기 힘들어져 도시 인프라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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