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등이 무슨 의미 있나"…이재근, '리딩 KB' 새판 짠다

박소연 기자
2026.09.14 17:05
차기 KB금융 회장 후보로 내정된 이재근 KB금융그룹 부문장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금융 신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6.9.14/사진=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된 이재근 KB금융 부문장의 첫 일성은 과감했다. 국내 1등은 의미가 없다고 선언하고 실적에서의 1등만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진정한 '리딩금융'으로 거듭나겠단 포부를 밝혔다. 향후 과감한 변화와 혁신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재근 KB금융 회장 후보자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에서 KB 금융그룹이 정말 리딩금융그룹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가 이날 강조한 메시지는 '리딩금융'의 지향점이다. KB금융은 현재 국내 금융지주 중 명실상부한 1위 지위에 있다. 2024년 금융지주 사상 첫 순이익 '5조 클럽'에 진입했고 지난해 순이익 5조8430억원을 달성했으며 올해 상반기엔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3조8846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2위와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주가 역시 17만원을 웃돌고 있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는 "국내 금융그룹의 1등이라는 게 이제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1등으로서 안주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양종희 회장이 연임에 실패하고, 자신이 KB금융의 새 시대를 이끌 차기 수장으로 낙점된 이유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다. 이미 1등을 굳힌 국내 시장에서 1등을 유지했다고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 후보자로서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증명하기 위해선 '국내 1위'를 뛰어넘는 성과가 필요한데, 상대적으로 취약한 글로벌 시장을 향한 비전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국민은행장 당시 인도네시아 KB뱅크(옛 부코핀은행) 정상화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부코핀 사태가 악화될 때 구원투수처럼 은행장에 부임해 여러 정상화 작업을 했는데, 그 때의 작업이 이어져 지금 부코핀이 정상화 궤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많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의 위기의식은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머니무브'와 AX(AI 전환) 등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로 은행 기반 금융지주의 기존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힌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앞으로 3~5년 AI시대에 제대로 대응하느냐에 금융그룹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했다.

리딩의 의미도 재정의했다. 이 후보자는 "리딩의 의미라면, 산업의 새로운 표준과 기준을 만드는 것"이라며 포용금융과 생산적 금융 측면에서도 리딩뱅크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근 KB금융 차기 회장 내정자 프로필/그래픽=임종철

금융권에선 이 후보자의 일성이 그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는 KB금융 내에서 숫에 밝은 '천재'이자, 업무 역량이 뛰어나 최연소 행장을 지낸 '소년급제' 은행맨으로 통한다.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해 KB국민은행 판교테크노밸리지점장을 거쳐 KB금융 비서실장과 재무기획담당 상무,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영업그룹대표 부행장, 국민은행장 등 재무와 영업 등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실제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했으며 서강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카이스트에서 금융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데이터에 강하고 꼼꼼한 전략가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양 회장과 달리 비은행 CEO(최고경영자)를 경험해보지 못했단 점을 약점으로 언급하지만, 지주에서 글로벌 부문장을 맡으며 전 계열사를 들여다 봤다는 점에서 약점이 보완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후보자는 주변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신중하지만, 추진력이 있는 리더십으로 알려져 있다. 한 KB금융 관계자는 "동료와 선후배 말을 경청하고, 다른 사람 의견을 잘 수렴해서 판단하는 스타일"이라며 "영업통이기에 한 번 꽂히면 추진력이 강하다. 칭찬에도 인색하지 않고 은행장 시절에도 격려부터 하고 시작하는 분"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화두로 떠오른 '세대교체'에 대해선 "단지 나이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의사결정을 좀 더 신속하고 책임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젊음이자 세대교체의 의미"라고 했다. 또 조직개편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직장에 서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제공할 것이냐를 고민한다"며 "회장에 힘이 집중되기보다 프로세스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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