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7명 가운데 5명이 차기 KB금융그룹 회장으로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부문장을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재적 위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 내규의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할 만큼 사외이사들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론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 받은 사외이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객관적인 평가, 균형감 있는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차기 KB금융 회장 선임을 위한 회추위에서 사외이사 5명이 이재근 부문장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양종희 회장은 2표를 얻었으며 유일한 외부 후보자였던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은 표를 얻지 못했다.
KB금융 내규에 따르면 회추위 재적 위원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최종적으로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 된다. 표 차이를 보면 양 회장과 이 부문장의 2배 차이로 벌어지긴 했지만 이 부문장 역시 최소한의 요건인 5표를 얻어 아슬아슬하게 차기 회장으로 낙점이 됐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초 금융권에선 양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양 회장은 취임 이후 KB금융의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어 연임 명분을 쌓았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의 선택은 금융권의 예상과는 달랐던 셈이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의 '깜짝 반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양 회장을 차기 KB금융 회장으로 내정할 당시에도 금융권에서는 허인 당시 KB금융 부회장을 유력한 후보자로 봤다. 허 전 부회장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라는 점도 감안이 됐다. 다만 당시 회추위는 만장일치로 양 회장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사외이사들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과거에도 경영진에 독립적인 행보를 보인 적이 여러차례 있었다"며 "2023년과 올해 회추위 결정을 보면 참호구축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은 이사회가 현직 회장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성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반대로 회장 선임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사외이사에 대해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금융당국은 연일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권한에 대한 통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B금융 7명의 사외이사는 대부분 외부 추천기관에서 추천하고 이사회 내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적임자를 가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 독립성 뿐 아니라 이사회의 권력화 문제에 대한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과연 한달에 한번 모이는 사외이사들이, 굉장히 정제된 안건만 논의하는데 그룹의 경영 전반을 파악하고 회장 후보군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도리어 경영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균형감 있는 시각·통찰력이 사외이사 기본 자질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사외이사 전문성 강화 측면에서 소비자 부문과 IT 정보보안 전문가 영입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도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23년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는 사외이사 평가시 외부 전문 기관 활용을 통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고해야 해야 한다는 원칙이 제시됐다. 하지만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사외이사 평가는 일부 지방 금융지주에서만 도입했다. 대부분의 대형 금융지주는 내부 평가 지표만을 활용해 '셀프평가'라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 사외이사 평가시 대부분 '매우 우수' 내지는 '우수' 등급이 나와 연임 요건을 충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