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다른 은행 거래기업 부동산의 근저당 설정 날짜까지 봐요. 운전자금 대출 만기가 언제쯤 돌아오는지 가늠했다가 그때 더 싼 금리를 들고 찾아가는 거죠." (금융권 관계자)
기업금융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권의 '좋은 기업 쟁탈전'도 거세지고 있다. 이미 성장성과 상환능력이 검증된 기업을 데려오기 위해 기존 거래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대환 영업이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초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금리 스프레드가 크게 낮아진 사례가 확인됐다. 일부 개별 대출에서는 스프레드가 마이너스까지 내려간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이 기준금리에 마진을 얹기는커녕 오히려 일부를 깎아줄 정도로 대출금리를 낮췄다는 의미다.
생산적 금융을 늘리고자 은행들이 가장 먼저 손을 뻗는 곳은 대기업과 이미 검증된 우량 중소기업이다. 특히 IBK기업은행과 장기간 거래해온 우량 중소기업은 시중은행이 눈여겨보는 고객군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기업은행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을 겨냥해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 대환을 유도하려는 영업이 적지 않다는 게 금융권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초기여서 서로 우량한 기업을 먼저 선점하느라 경쟁이 붙으니까 조금씩 더 깎아주는 모습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차주부터 공략하는 모습은 실제 중소기업 대출금리에서도 나타난다. 기업대출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가운데서도 담보나 보증이 있는 대출에 5% 미만 낮은 금리가 집중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연 5% 미만 금리의 대출 취급 비중은 2024년 8월 대비 올해 8월 물적담보대출이 평균 62.1%에서 86.2%로, 보증서담보대출은 54.4%에서 79.8%로 높아졌다. 신용대출도 같은 기간 38.9%에서 64.0%로 크게 늘었지만 지난달 기준 물적담보대출보다 22.2%포인트(P), 보증서담보대출보다 15.8%P 낮았다.
신용대출에도 저금리 혜택이 확산됐지만 여전히 담보나 보증을 갖춘 기업이 더 싼 금리를 적용받는 셈이다. 보증기관이 부실 위험을 나눠 부담하는 만큼 은행으로서는 순수 신용대출보다 접근하기 쉽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대출을 늘리려면 대기업이나 우량 중소기업으로 먼저 가고 그다음에는 신용도가 그만큼 안 되더라도 보증서가 있는 곳을 먼저 보게 된다"며 "리스크 관점에서는 그런 곳을 먼저 찾아 은행끼리 뺏고 빼앗는 상황이 초반에는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좋은 기업을 더 싼 금리로 데려오는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수익성을 깎으면서 기존 고객을 서로 돌려 갖는 데 그칠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이 계속 진행될수록 보증서 있고 담보 있는 기업이 마냥 늘어날 수는 없다"며 "신용도가 최상단보다 조금 낮더라도 안정성이나 성장성을 잘 봐서 그런 기업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금리전쟁이 '이미 좋은 기업'을 차지하는 초반전이라면 다음 승부는 '좋아질 기업'을 누가 먼저 알아보느냐에 달렸다는 의미다. 금리 경쟁에서 심사 경쟁으로 넘어가는 순간이 기업금융의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