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해명보다 필요한 답

[우보세]해명보다 필요한 답

배규민 기자
2026.09.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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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것이라고 했지, 내가 언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겠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전세제도 관련 과거 발언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대통령의 정정은 맞다. 과거 발언은 전세가 '사라져야 한다'가 아니라 '사라질 것'이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질문에는 전셋값 상승과 전세의 월세화라는 현재 상황도 함께 담겨 있었다. 대통령은 과거 발언에 대한 인용이 잘못됐다며 이를 바로 잡은 뒤 전셋값 상승과 월세화에 대해서는 별도로 답하지 않았다.

말의 정확성은 중요하다. '사라져야 한다'는 정책적 당위이고 '사라질 것'은 시장에 대한 전망이니 둘은 분명 다르다. 그러나 국민이 궁금했던 것은 문법이 아니었다. 전세 매물이 줄고 보증금과 월세가 오르는 현실을 정부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였다. 전제는 정정됐지만 전월세시장의 문제는 답변 밖에 남았다.

서울 집값에 대한 '평탄화' 발언도 마찬가지다. 강남권은 내리고 강북과 외곽은 오르는 가격 흐름을 설명한 표현이라고 청와대는 해명했다. 그러나 강북과 외곽의 중저가 주택을 마지막 선택지로 여겼던 무주택자에게 가격 상승은 평탄화가 아니다.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다시 높아진 현실이다. 집값 격차가 줄어들더라도 서민의 주거 부담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숫자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을 살펴야 한다.

지방의 사정은 정반대다. 부산 등에서는 시세보다 가격을 낮춰도 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돈이 필요해 집을 처분하려 해도 대출 규제로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일률적인 규제가 침체한 지방의 거래까지 막는다는 불만이다. 같은 정책이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고통을 만들고 있다.

현재의 공급 부족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은 아니다. 인허가와 착공 감소의 영향은 몇 년 뒤 입주 부족으로 나타난다. 현 정부가 단기간에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렇다고 문제의 이유만을 설명하는 데 그쳐서는 지금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묻는 것은 '누구 때문인가'가 아니라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자회견 뒤 시장의 반응이 차가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은 완벽한 해답보다 자신의 어려움을 정부가 알고 있다는 신호를 먼저 원한다. 정책 신뢰는 설명의 정확성만으로 쌓이지 않는다. 지금 벌어진 문제만큼은 내 책임으로 풀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해명이 아니라 책임지는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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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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