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겨냥한 AI(인공지능) 사이버공격이 현실화한 가운데 법상 통합보안 관제센터이자 침해사고 대응기관인 금융보안원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AI 해킹으로 취약점이 이전보다 쉽게 노출되면서 보안관제를 비롯해 해킹훈련, 사후조치 등 금융보안원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커질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보안원은 이달 말부터 내년도 예산을 두고 회원사들과 협의에 들어가 12월 초쯤 예산과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보안원은 220개 금융회사가 가입했으며 금융회사들이 납부하는 분담금을 받아 예산을 마련한다. 은행(13곳) 금융투자(9곳) 보험(8곳) 중소서민금융(7곳) 금융유관기관(2곳) 등 대의원사에 해당하는 39개사가 사업계획 및 예산·결산 승인을 의결한다.
금융권 안팎에선 내년도 금융보안원의 예산증액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현재도 금융보안원 인원은 311명으로 정원(354명)을 밑돈다. 추가적인 인력충원이 어려운 배경으론 예산 부족이 지목된다. 여기에 금융권의 AI 해킹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금융보안원의 인력충원은 물론 AI 보안 관련 인프라 운영 등에 투입해야 할 예산이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보안원은 정보통신기반보호법에 따라 금융권 통합보안 관제, 위협정보 공유역할을 담당한다. 지난해 통합관제를 통해 4472만건의 침해시도를 대응했고 27만건의 악성코드를 수집해 금융사에 공유했다. 또 금융회사의 시스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네트워크 등 전자금융 기반시설의 취약점 점검, 금융권 합동 블라인드 모의훈련을 비롯한 해킹 대비 훈련을 진행한다. 신용정보법에 따라 금융회사들의 개인정보 관리실태를 점검하는 상시평가도 이행한다. 이밖에 실제 해킹 등 침해사고가 발생하면 금융감독원과 함께 사고조사 분석도 담당하고 보안 관련 교육 및 인증도 맡고 있다.
고성능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사이버 위협이 본격화하면서 금융보안원이 맡는 역할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일례로 올해부터 미토스 등 고성능 AI 에이전트의 위협이 가시화하면서 당국은 금융권 합동 블라인드 모의훈련을 연 1회에서 2회로 늘렸으며 금융보안원이 해당 훈련을 주도한다. AX(AI 전환) 도입과 망분리 완화가 이뤄지면서 보안 취약점이 없는지도 금융보안원이 살펴야 할 영역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AI 모델 보안성 검증과 혁신금융 서비스의 생성형 AI 연계 이용 보안대책 평가를 시작했다. 공격자의 관점에서 AI 시스템 고유의 결함과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탐색하는 AI 레드티밍도 도입했다.
금융보안원 분담금 인상에 부정적인 기색을 내비치던 은행권도 예산증액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발생한 금융권 타깃 AI 에이전트 해킹 역시 금융보안원이 신한은행 사고를 접수한 뒤 전 금융회사로 공유하면서 자체점검에 나서 피해규모를 줄이거나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특히 중소형사들이 보안에 투자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동 보안체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한 금융사에서 해킹이 발생하면 이를 즉시 전파해 취약점을 대비하게 하는 역할이 크다"며 "금융기관마다 보안의 수준차가 있기 마련인데 이를 상향 평준화시키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