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누르기 막고 개미 돕지만…"인수 장벽 될 수도" K베어허그 줄타기

주가 누르기 막고 개미 돕지만…"인수 장벽 될 수도" K베어허그 줄타기

조철희 기자, 김나경 기자, 방윤영 기자
2026.10.15 07: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K베어허그제 도입] (종합)

[단독]베어허그도 과하면 독?…주주 보호와 거래 지연 사이

-이사회 설명책임 강화하되 질문·기간 연장 남용 경계…日 지침도 과도한 정보 요구에 제동

공개매수 제도 개선, 베어허그 법안과 금감원 용역보고서 비교/그래픽=이지혜
공개매수 제도 개선, 베어허그 법안과 금감원 용역보고서 비교/그래픽=이지혜

'한국형 베어허그제' 입법 과정에서 대상회사의 공개질문·기간 연장 요청 권한을 어디까지 허용할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 용역보고서는 주주 판단을 돕기 위해 이를 제안했지만, 일본 등 해외에서는 정보 요구가 인수를 막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 설명할 책임과 시간 끌 권한은 달라…질문·연장 요건이 쟁점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감원의 '최근 경영권 분쟁 관련 제도 개선방안' 용역보고서는 공개매수 제도 개선의 취지를 주주의 '정보에 기한 결정'을 촉진하는 데 뒀다. 이사회의 입장과 판단 근거를 공개해 주주가 공개매수에 응할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한국형 베어허그 입법의 핵심인 이사회 의견표명 의무화도 이 같은 방향과 맞닿는다. 다만 이사회가 주주에게 설명할 책임을 지는 것과 인수자에게 정보를 요구하거나 거래 일정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구분해서 살펴볼 문제다. 보고서가 제시한 공개질문·답변과 일정한 경우 공개매수기간 변경·연장 요청은 설명책임 강화에서 한발 더 나아간 제안이다.

용역보고서는 의견표명 의무화 자체를 M&A의 걸림돌로 보지는 않았다. 이사회의 의견표명이 우호적 인수·합병(M&A)에서는 주주 설득을 도와 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봤다. 적대적 M&A에서도 잘못된 정보나 불합리한 의견 제공에 따른 이사의 책임 때문에 바람직한 거래를 위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공개질문과 기간 연장 역시 주주에게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고 검토할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질문을 반복하거나 절차를 늘릴 수 있다면 인수자의 비용과 거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주의 판단을 돕기 위한 절차가 기존 경영진의 지위를 지키는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공개질문·답변이나 기간 연장 요청 조항이 없다. 핵심은 해당 정보와 추가 시간이 주주의 선택에 꼭 필요한지다. 인수 조건의 불분명한 부분을 확인하려는 질문과 이미 답한 내용을 반복해서 요구하는 질문을 구분하고, 기간을 연장할 때는 그 사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앞으로 입법 과정의 검토 과제로 꼽힌다.

'한국판 베어허그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그래픽=김현정
'한국판 베어허그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그래픽=김현정

◆ 日 지침 "과도한 질문으로 인수 막아선 안 돼"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3년 '기업인수 행동지침'에서 대상회사가 지나치게 상세한 질문을 하는 것이 사실상 경영권 인수를 저지하는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사외이사에게도 이를 적절히 감독하도록 주문했다. 법적 의무와 별개로 정보 요구의 남용을 경계하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영국 자산운용사 애셋밸류인베스터스(AVI)는 당시 경제산업성 연구회에 제출한 의견에서 끝없는 정보 요구로 인수를 위축시키거나 부당하게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경영진은 객관적인 거절 사유와 기존 경영진이 더 높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이유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 M&A 협상에서도 정보 제공과 검토 기간은 갈등 요인이 됐다. 캐나다 편의점 기업 알리망타시옹 쿠슈타르는 지난해 7월 일본 세븐앤아이홀딩스 인수 제안을 철회하며 불충분한 정보 제공과 협상 지연을 이유로 들었다. 세븐앤아이는 성실하게 협상했으며 독점금지 심사의 높은 장벽과 장기간의 심사 가능성을 설명해왔다고 반박했다. 공개질문·답변 제도와는 별개의 협상 사례지만 주주를 위한 검토와 시간 끌기의 경계가 실제 협상에서도 쟁점이 된 것이다.

[단독]한국판 베어허그제 도입 본격화…금감원 용역보고서 '인수자 공개답변'까지 제안

-與 K자본시장특위, 공개매수 의견표명 의무화 추진

-이사회 주주충실의무 강화해 주주 판단 돕는 차원

-금감원 용역보고서 "공개매수 찬성·반대·중립 공시 의무화"

-대상회사-공개매수자 질답까지 공개 제안

정부·여당이 '한국형 베어허그제' 도입을 위한 연내 입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 용역보고서에 공개매수에 대한 이사회 의견표명 의무화에 더해 인수자의 공개답변까지 요구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발의된 법안과 보고서 모두 이사회가 인수 제안을 검토하고 주주에게 입장을 밝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방향이 같다. 보고서는 여기에 대상회사의 공개질문과 공개매수자의 답변, 일정한 경우 공개매수기간 변경·연장 요청까지 제안해 앞으로 입법 논의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금감원의 '최근 경영권 분쟁 관련 제도 개선방안' 용역보고서에는 이 같은 공개매수제 개선안이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11월 금감원에 제출한 것으로, 총 142쪽 분량이다. 경영권 분쟁 관련 제도를 검토하면서 공개매수 과정의 정보공개와 이사회 역할을 다뤘다.

보고서의 제안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장이 지난달 3일 대표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직접 맞닿는다. 한국형 베어허그제 도입 법안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은 공개매수에 대한 의견표명을 규정한 제138조를 고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법은 의견표명을 대상회사의 선택에 맡기지만 개정안은 주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개매수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이사회가 독립적·전문적 판단 절차를 거쳐 반드시 의견을 밝히도록 했다.

베어허그는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해 대상회사 경영진을 압박하는 인수 전략이다. 인수자가 가격과 기간 등을 제시하고 주식을 사들이는 공개매수에 나서면 주주는 매각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한국형 베어허그 입법은 이때 이사회가 침묵하지 않고 판단을 설명하도록 해 주주의 선택을 돕겠다는 취지다. 금감원 용역보고서 역시 공개매수에 대한 이사회의 설명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보고서는 현행 제도에서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표명이 법적 의무가 아니어서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자본시장법이나 하위규정을 개정해 공개매수 상황에서 찬성·반대·중립 등 회사의 의견과 근거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의견표명에 앞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보고서는 이사회가 입장을 밝히는 데 필요한 정보를 인수자에게 요구하고 그 답변을 주주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담았다. 대상회사가 공개매수자에게 일정한 질문을 공개적으로 하고 공개매수자도 공개적으로 답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정한 경우 대상회사가 공개매수기간 변경이나 연장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공개질문·답변과 기간 변경·연장 요청은 현재 오기형 의원안에는 없는 내용이다.

증권가에서는 에스엠(79,500원 ▲1,400 +1.79%) 경영권 분쟁에서의 이사회 의견표명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에스엠 이사회가 2023년 하이브(163,800원 ▲400 +0.24%) 공개매수에는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반면 카카오(31,700원 ▲400 +1.28%)의 공개매수에는 의견을 내지 않아 에스엠 주주들은 '회사(에스엠)가 카카오 손을 들어줬다'는 메시지를 읽어냈다.

올해 들어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표명 공시도 늘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표명은 2024년 3건, 2025년 2건에서 올해 들어 10건으로 늘었다. 골프존홀딩스(7,760원 ▼10 -0.13%) 이사회는 에스제이투자홀딩스 주식회사의 공개매수 제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지난 8월 공시했고, 더존비즈온은 지난 4월 도로니쿰 주식회사의 2차 공개매수에 찬성한다는 의견과 함께 주주에게 '공개매수 응모'를 권했다.

베어허그제 도입 법안을 대표발의한 오 위원장실도 입법 과정에서 금감원 용역보고서를 살펴볼 계획이다. 금융당국 역시 법안 의견수렴 과정에서 용역보고서를 참고해 의견을 낼 전망이다.

이사회의 주주 충실의무를 강조해온 여당은 의견표명 의무화에 힘을 싣고 있다. 박 의원은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익이 충분히 보호돼야 한다"며 "주주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기업가치 제고와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연구용역보고서(자본시장연구원, 2025년11월)/그래픽=김현정
금융감독원 연구용역보고서(자본시장연구원, 2025년11월)/그래픽=김현정

K베어허그 도입되면 주가 무조건 뛴다?…긴장하는 저PBR 기업

-만년 저평가 기업, 자발적 주가부양 노력 기대…"리레이팅 촉매제로 작용할 것"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가능성…인수 무산 등 주가 널뛰기는 주의

'베어허그' 도입 자본시장법 개정안 주요 내용/그래픽=최헌정
'베어허그' 도입 자본시장법 개정안 주요 내용/그래픽=최헌정

주가부양 방안으로 베어허그 제도가 도입되면 상장사는 인수 제안을 받은 사실과 조건, 이사회 의견을 숨길 수 없게 된다. 소수주주로서는 인수 제안이 주가 호재가 되고 매도 판단에 필요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다만 제안이 무산되면 주가가 널뛸 수 있어 이사회 결정과 공개매수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1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형 베어허그의 핵심은 상장회사가 공개매수 등 인수 제안을 받으면 이사회가 이를 숨기지 말고 공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안 조건과 이에 대한 검토 계획, 의견 표명, 거절 시 그 사유 등도 알려야 한다. 의견을 내지 않으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내용이 부실하거나 이유 없이 제안을 거절하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위반으로 소송까지 번질 수 있다.

베어허그는 곰이 앞발로 사냥감을 꽉 껴안아 꼼짝 못 하게 하듯 거절하기 힘든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합병(M&A) 전략이다. 인수자가 현재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겠다고 공개매수를 제안하면 경영진·이사회를 압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주와 시장의 압력까지 끌어낼 수 있다.

베어허그가 주가부양책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저평가 기업이 M&A의 표적이 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통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이면 저평가주로 분류된다. 회사가 가진 자산가치보다 주식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더 낮다는 의미다. 자산이 많고 성장이 정체된 기업은 만년 저PBR 상태인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들이 적대적 M&A를 피하려면 인수자가 제시한 가격보다 회사 가치가 더 높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주주환원 정책, 경영진 교체, 체질 개선 등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베어허그가 도입되면 공개매수 제안 자체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은 기업이 경영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자발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다음달부터는 저PBR 기업 명단도 공표된다. 베어허그 도입까지 맞물리면 기업의 주가부양 노력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러 이유로 방치되는 저PBR 기업은 인수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인수 제안 자체가 리레이팅(재평가)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수주주도 매력적인 가격에 주식을 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현행법상 상장사는 M&A 제안을 받아도 공개 의무가 없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처럼 불투명하게 공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수주주는 세부 조건은 물론 제안 사실조차 알기 어렵다. 그러나 베어허그가 도입되면 소수주주도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 매도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인수 제안 무산이나 자금조달 능력이 없는 인수자의 떠보기식 제안 등으로 주가가 널뛸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또 의무공개매수 비율은 현재 '50%+1주'로 논의되고 있어, 이대로라면 소수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팔 수 없다. 인수 제안의 실효성, 공개매수 비례배정 비율, M&A 무산 위험 등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조철희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조철희 기자입니다.

김나경 기자

안녕하세요. 증권부 김나경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