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다시는 '타다'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근길 일성으로 던진 메시지다. 스스로 '규제개혁부 장관'이 되겠다며 촘촘한 규제의 벽을 허물겠다고 강조했다. 역대 최연소 장관 후보자의 당찬 포부에 벤처·스타트업의 반응은 엇갈린다. 젊은 리더십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또 시작인가"란 자조 섞인 냉소도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이 "제2의 타다사태를 막겠다"고 구호처럼 외치는 중에도 현장에선 혁신의 싹을 잘라내는 유사한 사례가 반복돼서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이 대표적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을 제한하는 법안이다. 환자가 처방전을 들고 약을 찾아 헤매는 '약국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약품 도매업에 나선 닥터나우는 해당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국민들의 불편을 줄이겠다는 민간의 서비스 개선 노력은 기득권의 반발과 정치권의 편들기 앞에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닥터나우만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규제샌드박스'라는 특례까지 주며 시장개척을 독려한 분야에서도 사업을 접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은 2018년부터 특례사업자로 지정돼 5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부동산 조각투자란 신시장을 개척했다. 하지만 정작 금융위원회의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규제특례 속에서 피땀 흘려 시장을 키워놓았더니 정식인가 단계에선 전통 금융권 중심의 컨소시엄에 자리를 내주고 개척자는 시장 밖으로 쫓겨난 것이다.
논쟁의 핵심은 닥터나우나 루센트블록이란 개별 기업의 사업모델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가 혁신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하면 정부는 창업을 장려한다. 규제샌드박스를 만들어 실증기회도 준다. 투자도 지원하며 '혁신성장'과 '규제혁신'을 외친다. 그런데 막상 혁신기업이 시장에 들어와 기존 산업의 질서를 흔들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존 사업자와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반발이 커지는 순간 기존 질서를 지키는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제2, 제3의 타다가 반복된다.
물론 각각의 규제엔 이유가 있다. 의약품 유통의 이해충돌을 막아야 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도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한번쯤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와 충돌한다는 이유만으로 혁신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이 과연 소비자, 더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위한 것인가. 혁신기업에 특혜를 주라는 것이 아니다. 기존 사업자와 똑같이 경쟁하는 규칙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와 안전을 위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와는 구분해야 한다.
올해 들어 벤처투자가 조금씩 살아나고 창업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정부도 '창업국가' 도약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정책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창업가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지원금이나 구호만이 아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성공했을 때 그 성공이 규제의 이유가 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다.
"제2의 타다를 만들지 않겠다"는 말이 또다시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신시장을 개척한 기업엔 확실한 법적·제도적 안착을 보장하고 신구 산업이 충돌할 때 국회와 정부는 '소비자 편익'과 '국가경쟁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는 혁신을 말하는 것을 넘어 혁신이 기존 질서를 바꾸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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