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입찰 따낼수록 적자?…출혈 경쟁에 멍드는 K배터리

김지현 기자, 박한나 기자
2026.08.26 17:40

[MT리포트]ESS 레벨업②

[편집자주] BESS(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는 그린 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필수 인프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입찰 시장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모습이지만, 과열 경쟁에 따른 수익성 저하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본격적인 BESS 개화기에 K배터리의 '레벨업'을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들여다봤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전력망용 ESS가 전시되어 있다. 2026.03.11.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폭발적인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국내 배터리사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ESS 중앙계약시장은 꼭 잡아야 할 기회다. 하지만 물량 확보를 위한 가격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취지와 달리 각 업체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주전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차 ESS 입찰 때보다 올해 2월 2차 입찰 때 국내 배터리사들의 평균 입찰 가격이 더 낮아졌다. 구체적인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1차 입찰 당시 kWh(킬로와트시)당 30원대였던 입찰 가격이 2차 입찰에서 20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24년 제주 시범사업 때 추정 입찰가가 kWh당 50원대였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낙폭은 더욱 피부로 와닿는다.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입찰 가격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배터리사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이유다.

실제 1차 입찰에서는 삼성SDI, 2차 입찰에서는 SK온이 각각 절반 이상의 물량을 따내며 '승자'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정작 속사정은 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2차 입찰에서 가격 배점이 1차(60%)보다 10%포인트 낮은 50%로 줄었지만 모두 마진을 최소화하면서 가격은 되레 더 내려갔다"며 "수주를 해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 이런 수준의 가격이라면 국내 ESS 시장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보다 해외에 판매하는 편이 수익성 측면에서 낫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삼성SDI 부스를 찾은 사람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은 오는 13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 2026.3.1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이에 배터리사들은 그간 안정적인 운영에 필요한 적정 마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입찰 시장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제안해왔다. 입찰 마감 직전까지 '가격'으로 상호 눈치보기 싸움이 지속되는 부작용을 해소하자는 측면도 있다. 가격만 바라보는 입찰이 아니라,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까지 골고루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분이 깔렸다.

우선 접근 가능한 대안으로는 최저가격제가 꼽힌다. 정부가 가격의 하한선을 정해준다면 배터리 가격을 놓고 과열 경쟁을 하는 양상이 조금은 완화될 수 있다. 반대로 풍력 입찰 때와 같이 상한가를 정해두고 이 가격의 85% 미만으로 지원한 사업자 모두에 가격 평가 최대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입찰가를 무작정 낮춘다고 계속 점수가 올라가지 않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가격 이외의 요소를 평가해 최종 입찰에 참여할 사업자를 1차로 선정한 뒤 이들끼리 가격 경쟁을 벌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가 이르면 다음달 공지할 3차 입찰에서 이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3차 입찰 규모가 기존의 2배에 가까운 1GW(기가와트)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본격적으로 ESS에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전에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업계 일각에서는 '보호 장치'를 두는게 국내 배터리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시인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 자체가 K배터리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큰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고려해주길 바란다"며 "ESS는 국가 전력 계통에 연계되는 핵심 인프라인 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필수적"이라고 촉구했다.

SKBA(SK배터리아메리카) 전경./사진제공=SK온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