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발 특수로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이 50% 이상 급성장한 가운데 범용 제품 공급 능력을 앞세운 삼성전자가 선두 자리를 굳히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도 더 벌렸다.
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 매출은 1522억2400만달러(약 204조6804억원)로 전분기보다 57% 증가했다. AI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 등의 수요가 늘어난데다 범용 D램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다. HBM이 주도했던 AI 메모리 경쟁이 범용 D램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확산되면서 업체별 제품 구성과 공급 여력이 실적을 가르는 변수가 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582억500만달러(약 78조2974억원)로 57% 늘었다. 시장과 같은 속도로 성장하며 전분기와 동일하게 매출 점유율 38.2%를 유지했다. 시장이 한 분기 만에 절반 이상 커지는 동안에도 기존 점유율만큼의 성장분을 온전히 확보한 셈이다.
범용 D램 경쟁력이 이를 뒷받침했다. AI 서버용 CPU 등을 중심으로 범용 D램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충분한 공급 물량을 확보한데다 가격 상승분을 매출에 반영하면서 관련 수혜를 누렸다는 분석이다.
반면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은 386억7500만달러(52조189억원)로 38% 증가하는데 그쳤다. 절대 매출은 늘었지만 시장 성장률에는 19%p(포인트) 못 미쳤다. 점유율도 29%에서 25.4%로 3.6%p 떨어졌다. HBM 매출 비중이 높았던게 영향을 미쳤다. 범용 D램 가격이 급등한 것과 달리 HBM은 HBM3E(5세대) 가격 하락과 HBM4(6세대) 출시 지연으로 평균판매가격(ASP)이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경쟁사보다 장기공급계약(LTA)을 일찍 체결한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가격 상승 전에 정한 계약가격이 현재 시세보다 낮아 급격한 가격 상승분을 매출에 반영하는데 제약이 생긴 것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 격차는 1분기 9.2%p에서 2분기 12.8%p로 확대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선두 경쟁 자체가 뒤집힌 셈이다. 지난해 2분기에는 SK하이닉스가 39.2%로 삼성전자(33%)를 6.2%p 앞섰지만 올 2분기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점유율 하락분은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상당 부분 가져갔다. 올 2분기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22.5%에서 23.9%로, CXMT는 7.6%에서 9.6%로 상승했다. 두 업체의 상승폭을 합하면 3.4%p로 SK하이닉스의 하락폭(3.6%p)과 비슷하다.
향후 경쟁 구도 역시 범용 D램과 HBM의 가격 흐름이 좌우할 전망이다. 일단 범용 D램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현재의 우위를 이어가는데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HBM 가격이 회복되고 SK하이닉스의 기존 LTA가 갱신되면서 높아진 가격이 계약에 반영되면 양사의 성장률 격차가 다시 좁혀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3분기에도 범용 D램의 추가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삼성의 실적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