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서버용 D램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는 사이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모바일 D램 물량 확대에 나섰다. 5세대 D램 공정 양산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모바일 고객사까지 확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해온 D램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CXMT는 전날 중국 허페이에서 열린 '2026 세계제조업대회'에서 5세대 D램 기술 플랫폼 양산 소식을 공개했다. 핵심 구조 간격을 11.95나노미터(㎚)까지 줄였으며 새 플랫폼을 적용한 24Gb(기가비트) LPDDR(저전력D램)5X 신제품 2종도 대량생산 단계에 들어갔다.
CXMT의 공급 확대는 국내 업체들이 HBM과 서버용 D램에 집중하는 시점에 이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주요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업체들이 AI(인공지능)용 D램에 집중하면서 모바일 D램의 공급 부족과 고가격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업체들이 비워둔 모바일 D램 시장이 CXMT에는 점유율을 넓힐 기회가 된 셈이다.
CXMT의 점유율 상승세는 가시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올 2분기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10%로 집계됐다. 분기 점유율이 두 자릿수에 오른 것은 처음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LPDDR6를 샤오미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공급하며 모바일 D램 고객 기반도 넓히는 중이다.
이번 5세대 공정 양산은 물량 공세를 가속화할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CXMT에 따르면 새 공정 적용 시 웨이퍼(반도체칩을 만드는 얇은 원판) 한 장당 생산 가능한 총 다이 수(칩 개수)가 이전 세대보다 50% 이상 늘어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양산 수율'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웨이퍼당 칩 수가 늘더라도 초기 수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제 공급량 증가와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CXMT가 수율을 안정화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두 회사가 수익성이 높은 HBM과 서버용 D램에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하는 동안 CXMT가 모바일·범용 D램에서 물량과 고객사를 늘릴 수 있어서다. 특히 CXMT가 중국 스마트폰 공급망을 발판 삼아 양산 경험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기존 메모리 3사가 주도해온 D램 시장의 점유율과 가격 구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CXMT의 확장은 D램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규제 속에서도 중국 장비업체들과 핵심 생산 공정을 공동 개발하며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이 높은 반도체 상승기에 생산량과 제품군을 동시에 확대하며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웨이퍼당 칩 수가 늘었다고 곧바로 원가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며 결국 양산 수율이 관건"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HBM과 서버용 D램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 업체들이 모바일·범용 시장에서 고객과 양산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