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반발에 HL만도 사과 기자회견 결국 무산..사과 성명 서면 발표

유족 반발에 HL만도 사과 기자회견 결국 무산..사과 성명 서면 발표

이정우 기자
2026.09.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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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HL만도 경기 성남 판교 본사 기자회견장 입구에서 취재진과 유족측에 둘러싸인 김현욱 CSO(최고안전책임자)·부사장(왼쪽부터) 조성연 부회장 홍영일 COO(최고운영책임자)./사진=이정우 기자
21일 HL만도 경기 성남 판교 본사 기자회견장 입구에서 취재진과 유족측에 둘러싸인 김현욱 CSO(최고안전책임자)·부사장(왼쪽부터) 조성연 부회장 홍영일 COO(최고운영책임자)./사진=이정우 기자

20대 하청노동자 고(故) 김승모씨 사망 사고 이후 두 달 만에 사과에 나선 HL만도의 기자회견이 유족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회사는 사과 성명과 종합안전개선대책을 서면으로 발표했지만 기자회견에 참석하려던 경영진은 유족들이 입구를 막아서면서 회견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HL만도(47,300원 ▼900 -1.87%)는 21일 오후 4시 경기 성남 판교 사옥에서 김씨 사망 사고와 관련한 사과 성명과 종합안전개선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날 조성현 HL만도 부회장과 김현욱 CSO(최고안전책임자) 부사장, 홍영일 COO(최고운영책임자) 등이 기자회견장으로 향했지만 입구에서 유족과 금속노조측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유족측은 회사가 사과 기자회견을 개최하면서 정작 유족과 사과 방식이나 내용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현장에서 "사람이 죽었으면 적어도 유족에게 '여기까지는 회사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는게 느껴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62일째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데 유족에게 (기자회견을 한다고) 알리기는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62일 동안 빈소에 아이를 두고 투쟁한다는 게 얼마나 피눈물 나는 고통인지 아느냐"며 "아직 합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기자회견을 연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유족은 특히 회사가 먼저 언론을 상대로 사과 입장을 발표하는 방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사과하려면 유족 앞에서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기본적인 절차를 지켜서 유족의 마음이 풀릴 수 있도록 하는게 사람에 대한 도의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유족과 협의를 해서 사과의 내용도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회사 측에 기자회견을 중단하고 유족과 먼저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조 부회장과 김 부사장, 홍 COO 등은 결국 기자회견장에 입장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났다. 당초 예정됐던 경영진의 사과와 질의응답도 이뤄지지 않았다.

HL만도는 대신 준비했던 사과 성명과 종합안전개선대책을 서면으로 발표했다. 회사는 전 사업장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 전수진단을 매년 실시하고 안전 관련 특별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긴급한 위험이 발견될 경우 기존 예산 품의 절차에 앞서 조치하는 '선(先)조치·후(後)보고' 체계도 도입하기로 했다.

안전보건실과 본사 안전진단파트를 신설하고 사업장의 안전보건파트를 별도 안전보건팀으로 격상하는 등 안전조직도 확대하기로 했다. 노동조합의 위험성평가 참여와 노사 합동 현장점검, 협력업체 안전점검 및 투자 지원도 대책에 담겼다.

HL만도는 서면 성명을 통해 "슬픔을 겪고 계신 유가족께 진심 어린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며 "이번 사고를 단순히 하나의 사고로 바라보지 않고 안전보건 조직과 관리체계, 현장의 실행과 투자 등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고 개선하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발생 62일째까지 장례를 치르지 못한 유족과 사과 방식조차 조율하지 못하면서 회사가 마련한 첫 공식 사과 자리는 결국 성명서만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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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기자

산업1부 자동차물류 담당하는 이정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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