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가치'를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업그레이드를 다시 한번 촉구했다. AI(인공지능)기술까지 동원한다면 사회적가치 측정에 드는 비용을 대거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12일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은 SK그룹의 비영리 연구재단인 사회적가치연구원과 서울에서 '에코시스템 리더십 익스체인지'(ELE) 행사를 개최했다. 오는 15일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는 세계 각국의 사회혁신 리더들이 한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와 사회적가치 창출경험을 직접 살펴보고 이를 각국의 정책과 시장에 어떻게 적용할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 회장은 이날 ELE 첫 세션에서 "기존 CSR(기업의 사회적책임)는 예산투입과 홍보를 중심으로 이뤄져 실질적인 사회적성과를 측정하는 체계는 상대적으로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가치에서 '정확한 측정'을 중시하는 것은 최 회장의 오랜 지론이다.
그는 행복도시락, 행복나래, 사회적기업 MBA(경영전문대학원), 사회적가치연구원 등 생태계 지원 플랫폼을 구축해온 여정을 소개하며 "정밀한 가치측정에 드는 높은 거래비용은 최근 AI기술의 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해 '측정'의 현실적 어려움을 상당 부분 극복할 경우 사회적가치를 실행하는 사람 및 단체에 '보상'을 줄 수 있어 생태계를 공고히 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타심에만 의존해서는 팽창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규모를 확보할 수 없다"며 "자발적 동기를 자극하는 정교한 성과기반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또 지난 10년간 추진해온 사회성과인센티브(SPC)를 "국가와 사회의 비용을 줄여주는 일종의 새로운 방법"이라고 정의하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함께 굴러가듯 이윤추구를 넘어 사회적가치 창출이 보상받는 '새로운 자본주의'(New Capitalism)로의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2013년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사회문제 해결성과를 측정하고 그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자는 SPC 개념을 수면 위로 올렸다. 실제 SK그룹은 2015년부터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하고 그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SPC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측정→보상→시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최 회장의 '사회적가치 실험'이 글로벌 경제시스템의 의제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SEWF는 이번 ELE를 통해 '사회적기업 생태계'의 가능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정부와 기업, 사회적기업, 시민사회, 투자자가 어떤 금융·정책·시장환경을 만들어야 사회적기업 생태계가 커질 수 있는지를 한국 현장에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게리 히긴스 SEWF 대표는 "한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발전과정은 정부로부터 시작됐지만 정부, 민간, 비영리조직이 자신의 정책과 기술, 방법론을 투입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도 훌륭한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는 학위나 취업과 별개로 도전과 혁신을 원하는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2년제 비학위 프로그램인 'SK 아이젠(AIGEN)'을 선보인다고 이날 밝혔다.
아이젠은 'AI'와 'Generation'(세대)이 합쳐진 단어로 AI에 익숙한 요즘 청년세대를 상징한다. 아이젠은 2년간 전일제(Full-Time)로 운영된다. 교과목을 먼저 배우고 과제에 적용하는 일반적인 교육과 달리 기업현장처럼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역량을 키우는 방식이다. 1기 참가자 모집은 다음달 1일부터 15일까지다. 선발과정을 거쳐 12월말 50명 내외의 청년인재를 선정한다. 아이젠 1기는 2027년 3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