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먹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현장 아이디어에 희망 건 현대차그룹

이정우 기자
2026.10.19 16:52

카시트·영유아 AI·멀미 저감 등 임직원 6개 팀 시제품 경쟁

'트라이폴드 러기지보드'로 대상을 수상한 'M.S.V.2'팀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도 중국에 결국 먹힐 수밖에 없는 구조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재규 현대차·기아 차량개발1담당 전무가 19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6 아이디어 페스티벌' 시상식에서 중국 완성차 업체의 가격·상품 경쟁력을 거론하며 이같이 우려했다. 중국차의 거센 추격 속에서 임직원의 현장형 아이디어와 도전 문화가 미래 경쟁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 전무는 "지난주 파리 모터쇼를 다녀왔는데, 중국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차량은 디자인이 좋고 가격표는 약 1만달러 더 저렴했다"고 소개한 뒤 "조만간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다 망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처음에는 마음이 무겁고 어두웠지만, 오늘 연구원들이 소개한 6개 아이디어를 들으며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가 올해로 17회째 연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임직원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회사 지원을 받아 실제 시제품으로 구현하는 사내 연구개발(R&D) 경연이다. 이날 본선에 오른 6개팀은 약 4개월간 아이디어를 실물로 제작해 발표·시연했다. 구체적으로 △아이의 체형에 맞춰 카시트 형태가 달라지는 '핀 프린트 시트' △AI(인공지능) 기반 영유아 상태 모니터링 기술 '늘봄'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 스마트 글라스 '아이-브릿지'△탑승객 멀미를 줄이는 '멀미 Zero(제로)' △트렁크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트라이폴드 러기지 보드' △상용차 운전자의 하루를 기록하는 '히어로 레코더' 등이다.

이 중 대상은 트렁크 바닥을 여러 형태로 접어 짐의 크기와 용도에 맞게 공간을 나눌 수 있도록 한 '트라이폴드 러기지 보드'가 받았다. 단순 적재공간을 고객 상황에 맞춰 바꾸는 아이디어로, 실제 차량 적용 가능성과 완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전무는 "오늘 나온 아이디어들이 완벽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이를 당당하게 소개하는 모습을 보며 현대차그룹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다"며 "17년간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이어온 것 자체가 회사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수상작은 실제 양산차에도 적용됐다. 2021년 최우수상 수상작인 다기능 콘솔은 싼타페의 양방향 멀티 콘솔로 양산됐고, 지난해 최우수상 수상작인 트레일러 견인 성능 향상 소프트웨어는 북미·유럽 판매용 5세대 투싼에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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