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4주년을 맞아 별도의 기념식을 열지 않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로봇 개발 현장을 찾았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기술 개발과 사업화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차세대 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2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연구개발)캠퍼스에 있는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방문했다. 지난 7월 조직 출범 이후 처음이다. (☞본지 10월21일 보도 [단독]이재용 회장, 로봇사업 직접 챙긴다...'RX' 첫 현장 점검)
RX사업추진실에서는 연구진이 휴머노이드의 팔과 손을 활용한 정밀 조작 기술을 시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7'을 앞두고 개발 성과와 준비 상황 등을 살펴봤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기술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올해도 별도의 취임 기념행사를 열지 않고 로봇 사업의 추진 상황을 살피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에 앞서 노태문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주 RX사업추진실을 찾아 개발 현황을 챙겼다. 노 사장이 지난 8월 경영진 대상 로봇 시연회에 참석한데 이어 다시 현장을 찾으면서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X사업추진실은 지난 7월 노 사장 직속으로 신설된 조직이다. 여러 조직에 분산돼 있던 로봇 개발 역량을 결집해 중장기 전략 수립부터 핵심 기술 개발과 사업화까지 총괄한다. 삼성전자는 전문 인력과 연구개발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휴머노이드가 제조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밀 조작 기술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개발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는 로봇의 '손'이다. 제조 현장에서 로봇이 사람의 작업을 대신하려면 크기와 형태가 다른 부품을 집고 옮길 때 손가락의 움직임과 힘을 정교하게 조절해야 한다. 생산 공정마다 부품의 특성과 작업 방식이 다른 만큼 정밀 조작 능력이 중요하다.
지난 8월 내부 시연에서는 로봇이 카메라를 조작해 사진을 촬영하고 카드를 집어 올리는 등의 동작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사람의 힘줄처럼 케이블을 이용해 손가락을 움직이는 텐던(Tendon) 방식 등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생산시설을 로봇 기술 검증의 무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다양한 제조 공정에서 로봇의 작업 능력과 신뢰성을 검증하고 운용 데이터를 축적해 기술 완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제조 현장에 로봇을 우선 적용한 뒤 산업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장기적으로 가정과 서비스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취임 4주년 당일 로봇 개발 현장을 직접 찾았다는 것은 삼성전자 내부에서 로봇 사업이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총수가 기술 개발 현황과 사업화 준비 상황을 직접 챙기는 만큼 앞으로 핵심 기술 확보와 사업 추진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