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산업의 새로운 성장 제약 요인으로 떠오른 전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전력 효율을 높이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 확대를 넘어 데이터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여 AI 데이터센터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높인다는 전략이다.
최준용 SK하이닉스 HBM 사업기획 부사장은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SMART ENERGY PLUS·SEP) 2026'의 콘퍼런스에서 "전력이 새로운 축이고 새로운 핵심이라는 부분을 꼭 기억해야 한다"며 "제한된 전력으로 얼마나 많은 인텔리전스(지능)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느냐를 중심으로 미래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사장은 이날 'AI의 미래를 정의하는 메모리: 메모리 장벽에서 에너지 장벽으로'를 주제로 발표하며 AI 산업의 병목이 연산 성능에서 메모리로 다시 전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PC와 모바일 시장에서는 기기 수가 수요를 결정했지만 AI 시대에는 서비스 이용과 데이터 처리량이 증가하면서 메모리와 전력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부사장은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보내주느냐가 전체 퍼포먼스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계산보다는 읽기와 이동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이자 메모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 이동 거리를 단축하고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 AI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의미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전력 효율을 대폭 개선한 차세대 메모리 라인업을 단계적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우선 개발 중인 HBM4E(7세대)는 최대 48기가바이트(GB) 용량과 초당 4테라바이트(TB) 이상의 대역폭을 구현하는 동시에 HBM4(6세대) 대비 전력 소모를 약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아가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는 '3D 적층 D램' 기술도 병행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메모리 내부에서 직접 연산을 수행해 데이터 이동량을 줄이는 지능형 메모리(PIM) 기술과 고객 맞춤형 HBM 개발도 병행한다. 최 부사장은 "계산기 유닛이 메모리 안으로 들어오는 개념"이라며 "가공된 데이터만 프로세싱 유닛으로 보내 데이터 이동과 연산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또 차세대 대용량 메모리로 거론되는 고대역폭플래시(HBF) 개발도 추진 중이다. 최 부사장은 HBF 상용화 계획에 대해 "HBM에서 확보한 리더십과 기술 경쟁력이 HBF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더 큰 용량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적극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 부사장은 "AI의 돌파구는 컴퓨팅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메모리에서도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더 적은 전력으로 더 많은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메모리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선순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