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현대자동차의 실적반등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것은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의 분석대로 경영환경 악화가 심화해서다. 일단 현대차는 대외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돌파구 마련에 절치부심한다. 업계는 전기차 성능·디자인 개선, 자율주행기술 상용화 등 미래 모빌리티(이동성) 분야 '근원경쟁력'을 확보해야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실제로 올해는 어느 때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가혹한 시기였다. 올 2월말 발발한 미국과 이란의 전쟁 영향으로 중동지역 수출이 직접 타격을 받았고 물류비와 원자재가격이 전반적으로 뛰며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졌다. 현대차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물리는 15% 관세도 큰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주요 전기차 브랜드들이 내수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유럽연합(EU)·중남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현지 판매경쟁이 치열해졌다. 현대차는 품질·서비스 우위를 기반으로 대응했지만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공세에 현지 영업타격은 불가피했다. 여기에 10년 만의 노동조합 전면파업, 엔진밸브 공급협력사 화재에 따른 부품수급 차질이 겹치며 정상적인 생산마저 쉽지 않았다.
돌발성 악재까지 겹치며 현대차는 실적부진을 이어갔다. 올해 1분기에는 하이브리드차 판매호조에 힘입어 동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45조9389억원)을 기록하고도 미국 관세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30.8% 급감한 2조5147억원을 거둬들이는 데 그쳤다. 2분기에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49조2153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20.8% 감소한 2조850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2조6772억원으로 5.5% 반등했지만 매출액이 3.4% 줄어든 45조1102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 증가는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미국 관세가 25%였던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줄어든 영업이익보다 현대차의 상품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판매실적 부진'이 더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의 올 10월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321만858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가 5.1% 늘어난 276만9954대를 판매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국내에서도 지난 4월 현대차가 기아에 판매량이 뒤처지면서 회사 내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당시 기아는 1998년 현대차그룹으로 통합된 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현대차(5만4051대)보다 많은 5만5108대를 팔았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협력사 부품수급 차질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지난 7~8월과 10월에도 기아가 내수판매에서 앞선 결과를 보여줬다. 일시적인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공격적인 신차 출시가 대표적이다. 무뇨스 사장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현대차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신차출시를 앞뒀다"며 "2030년까지 전세계에 100종 이상의 신차 및 상품성 개선모델을 선보이고 127만대의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형 아반떼'와 '투싼', 제네시스 'GV90'과 'GV80 하이브리드'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현대차는 지속적인 원가경쟁력 개선, 신차출시에 따른 인센티브 축소 등으로 원가부담을 최소화하고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상품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우선 세계적으로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이후 대세로 떠오른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에 앞서려면 품질·디자인에서 현대차가 우위에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인식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의 최고 장점이 '낮은 가격'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품질도 이미 주요 글로벌 완성차 못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자율주행 상용화도 시급한 과제다. 미국 테슬라와 중국 주요 브랜드는 높은 소프트웨어(SW) 기술력과 방대한 주행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선점에 나섰다. 현대차도 엔비디아와 협력을 바탕으로 신속한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추진하는 한편 독자기술을 내재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진행한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첨단차플랫폼)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도 최근 사내 인터뷰에서 "동급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을 목표로 안전성과 신뢰성을 우리 기술로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