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0억개" 화장품계 TSMC…코스맥스, 상하이서 '초격차' 정조준[르포]

상하이(중국)=차현아 기자
2026.10.29 12:00

[2026 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 코스맥스

[편집자주] K브랜드 제품이 전 세계인의 일상을 파고 들었다. 우리 소비재 기업의 목표는 수출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현지 거점에 공장을 짓고, 혁신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지인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특화 제품을 선보인다. 현지화 노력도 병행한다. 모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다. 해외 진출(K브랜드 1.0)을 통해 사업을 확장(K브랜드 2.0)하고, 이제 현지 생태계와 결합 단계로 진입한 'K브랜드 3.0' 시대를 맞아 글로벌 격전지에서 치열한 생존 전략을 펼치는 우리 기업들의 활약상을 짚어본다.
중국 상하이 펑셴구 코스맥스차이나 법인 내 립 제품 생산 라인의 모습/사진=차현아 기자.
코스맥스의 중국 시장 매출 및 코스맥스차이나 상하이 신사옥 개요/그래픽=김현정

지난 12일 방문한 중국 상하이의 코스맥스차이나 생산 현장에 들어서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커다란 배합통 앞에는 주황색 방진복을 갖춰 입은 작업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통 안에서는 립 제품의 기반이 될 원재료들이 쉴 새 없이 섞였다. 옆 공정에서는 갓 만들어진 아이라이너가 생산라인을 따라 줄지어 이동했고, 밝은 불빛 아래서 제품 하나하나의 불량 여부를 꼼꼼히 살피는 손길도 분주했다.

세계 1위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는 '화장품계의 TSMC'로 통한다.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TSMC처럼 세계 각국의 화장품 브랜드를 도맡아 생산하기 때문이다. 단순 위탁 제조를 넘어 원료 조합과 제형 연구 등 제품 개발 전반에 걸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소비자가 선택하는 브랜드는 달라도 내용물은 코스맥스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셈이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공장들이 완공되면 코스맥스의 글로벌 생산량(CAPA)은 연간 40억개가 될 전망이다. 전 세계 인구 둘 중 한 명이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물량이다.

마스카라 생산라인에서는 로봇과 기계가 합을 맞춰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사진=차현아 기자.

샘플 보관 공간은 거대한 도서관을 연상케 했다. 코스맥스가 제조한 고객사의 제품 수 만 개가 책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성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조 후 이 곳에 최대 3년간 보관한다. 그 옆에 나란히 꽂힌 책은 제품 제조 처방전으로, 어떤 원료를 어떻게 배합하는지 기록한 일종의 화장품의 '레시피'다. 디지털로도 보관 중인 이 기록들은 고객사의 까다로운 요구를 제품으로 구현해 온 연구소의 핵심 자산이다.

생산 라인에서는 사람과 기계의 협업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가마솥 형태의 큰 배합통에서 마스카라 원료가 섞이고, 원료를 담아 완성된 제품이 공정을 따라 이동하면 그 상태를 작업자가 쉴 새 없이 확인했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처방이 대형 생산설비를 거쳐 동일한 품질의 완제품으로 쏟아져 나온다.

같은 날 상해 민항구에 위치한 코스맥스차이나 신사옥 공사현장도 찾았다. 회색빛 건물들 사이에서 하얀 외벽과 아테네 신전을 연상시키는 기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의 중심'이라는 콘셉트 아래 현재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기존 생산기지에서 축적한 연구와 제조 역량을 한데 모아 업계 '초격차'를 이룰 새 거점이다.

코스맥스차이나의 신사옥 전경. 현재 공사 진행 중으로 2027년 1월 정식 가동에 들어간다 /사진제공=코스맥스

내년 1월 정식 가동을 시작하는 신사옥은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로 이미 외형을 갖췄다. 지상 2~4층에는 주요 생산시설이, 5~7층에는 연구소가 들어선다. 연구원이 만든 처방을 생산 현장으로 직결하고 영업·마케팅 부서가 고객사의 요구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원스톱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제품 생산 공장에 연구·제안·소통 기능을 한데 담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코스맥스차이나가 새 거점에서 노리는 핵심 경쟁력은 개발과 생산을 잇는 압도적 속도다. 이상인 코스맥스차이나 총경리(법인장)는 "축적된 처방과 개발 경험을 활용하고 연구·구매·생산이 초기부터 함께 움직여 대기와 재작업을 줄이는 것이 개발 기간 단축의 핵심"이라며 "품질 검증을 전제로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가장 빠르게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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