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택배·야간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야간배송 노동시간 상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루 최대 10시간·주당 최대 48시간, 최소 11시간 연속휴식, 연속 야간작업 3일·월 12회 제한 등이 골자다. 대형 택배사업자와 야간배송 사업자가 택배기사의 고용·산재보험료를 내는 것도 검토된다.
앞선 사회적 대화에서는 야간배송 작업시간을 주 5일·최대 46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 휴게시간을 제외한 주 48시간으로 제한하는 절충안 등이 논의됐다. 반면 새벽배송을 실제 주력으로 하는 쿠팡과 컬리는 주 최대 50시간의 운영 여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송기사의 수입 감소와 배송망 차질, 추가 인력·물류비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쿠팡 위탁 배송기사들이 속한 쿠팡파트너스연합회가 야간·새벽배송 기사 2405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심야배송 제한에 반대했다. 노동시간 축소에 따른 수입 감소 우려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수입을 메우려 다른 플랫폼 배송이나 부업을 병행하면 한 사업장에서의 노동시간은 줄어도 개인의 총노동시간과 피로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야간배송 시간 제한으로 기업 부담이 커지면 소비자 편익도 줄어들게 된다. 인력 충원과 배송권역 재편, 차량·물류시설 운영, 보험·관리비 부담이 늘면 배송비와 상품가격이 오르고 무료배송 기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가 생필품이 새벽배송 대상에서 빠지고 주문 마감시간과 배송 지역·시간대가 줄어들 수 있다. 비수도권·교외 지역 소비자부터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자동화 물류센터와 높은 주문 밀도, 촘촘한 배송망을 갖춘 기존 대형 사업자는 증가한 비용을 상대적으로 흡수하기 쉽다. 반면 지역 배송업체와 중소 물류사, 후발 사업자는 추가적인 인건비와 보험·관리 비용을 견디기 쉽지 않다.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규제가 배송 서비스를 위축시키고 신규 진입을 가로막게 되는 것이다.
야간노동자 보호는 일괄적으로 시간 상한을 못 박기보다 실노동시간 기록, 충분한 연속휴식과 연속 야간근무 제한, 건강검진 등 정교한 안전망을 짜서 풀어야 한다. 노동자 소득과 소비자 편익, 사업자의 운영 여건을 함께 고려해 업태별 특성에 맞는 지속 가능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