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롤러코스피와 국정 지지율

오상헌 정치부장
2026.09.02 05:00

국정 지지율 하락세가 '롤러코스피'(롤러코스터+코스피)의 낙하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불과 석 달 전 6.3 지방선거를 전후해 평가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변덕스럽게 표변하는 민심의 가변성과 양면성을 새삼 실감한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지선 전 60% 중후반대에서 최근 30%대 후반~40%대 초반까지 수직 낙하했다. 지난 6월 9100선 돌파 후 6000대로 내려온 코스피와 닮아 있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육천피'처럼 30%대 지지율 고착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난 석 달 간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년보다 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여권이 승리했지만 패한 지선이 시발점이었다. 반도체 수퍼사이클에 우상향하던 증시는 고점 논란에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환율 방어를 위해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증시 변동성을 키운 주범으로 지목됐다. "주가 하락은 정책 실패 탓"이란 인식이 국민들의 머릿 속에 각인됐다. 초고가 주택과 다주택, 비거주 1주택에 세금을 더 물리는 세제개편안은 공평 과세와 조세 합리화란 명분에도 상상 이상의 조세 저항을 불러왔다. 민심에 놀란 여당 의원들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할 정도다. 이른바 '자산 민심' 악화는 국정 지지율 하락의 주요 촉매로 작용했다.

개혁 속도와 방향,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벌어진 여당 내 노선 투쟁과 권력 투쟁은 어떤가. 더불어민주당의 8.17 전당대회는 '전대'가 아닌 '전쟁'을 방불게 했다. 한 지붕 식구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게 팼다. '명청 갈등'에 계파 정치인과 여권 지지 성향 빅스피커들이 모두 참전하면서 당원과 지지자들은 두 편으로 갈려 분열하고 반목했다. 이 과정에서 '코어(핵심) 지지층' 일부가 이탈했고, 중도층이 적잖이 빠져나갔다. 지지율은 나이와 성, 계층과 정치적 성향을 따지지 않고 빠지고 있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서 단행된 '8.30 개각'은 국정 난기류를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국면 전환용 반전 카드다. 경제 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을 포함한 6개 부처 수장을 교체하는 중폭 수준의 개각이 이뤄졌다. 예상보다 규모가 큰 일괄 개각이었으나 전반적인 평가는 뜨뜻미지근하다. 정책 기조 선회를 위한 '쇄신'이라기보다는 진영 내 '통합'에 더 방점이 찍힌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개각 발표 당시 교체 대상에 청와대 핵심 참모진이 빠지자 여권 내에서조차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루 뒤 사의를 밝힌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사퇴는 만시지탄이지만 집권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정권엔 책임론의 측면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국정 지지율은 집권 세력의 정치적 자산이자 국정 추진의 원동력이다. 코스피는 롤러코스터처럼 언제든 위로 올라갈 수 있지만 한 번 이반한 민심을 되돌리긴 쉽지 않다. 지지율 반등을 꾀하려면 사람을 바꿔 쓰는 데 그쳐선 곤란하다. 정책 기조와 방향, 국정 운영 방식과 우선순위를 모두 재정비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이념적이고 당위적인 접근으론 풀리지 않는다. 공급 속도를 최대한 높이고 세제를 합리적으로 수정·보완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가치 중심의 개혁과제와 선명성 대신 성과 중심 실용정책과 유연성을 우선하는 국정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에도 변화를 줄 때가 된 것 같다. 집권 초기 생중계로 세세한 국정 현안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지금부터는 새로 짜인 2기 내각에 자율성과 책임성을 더 부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국정 운영 방식을 재점검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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