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일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은 총액(821조원)과 전년 대비 증가율(12.8%) 모두 역대 최대치다. 불과 4년 뒤 2030년 예산은 1000조 시대를 예고했다. 초팽창 예산, 슈퍼 예산이라 불린다. 반도체 호황 덕분에 커진 세수여력을 무기로 돈을 풀어 경기회복과 성장동력 제고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초격차 선도국가'를 향한 마중물과 디딤돌이 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다짐에 기대를 걸어보면서도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반도체 특수에 기댄 팽창재정은 그 성과가 기대 이하이고 후일 세수마저 어려운 상황이 오면 미래세대의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재정의 경직성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한시적인 재량지출보다 없애기 어려운 의무지출이 더 많아진 게 4년 전이다.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를 포함해 의무지출은 연평균 8.5% 속도로 가파르게 늘어 왔다. 국가부채는 내년 처음 1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천문학적인 가계·기업 부채에 더해 ' 부채공화국' 소리를 듣게 됐다.
반도체 추가세수를 재원으로 삼은 미래대응기금 162조원은 새로 생긴만큼 국회 예산심의 때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한다. 당장 45조원을 꺼내 내년 중 청년·성장동력·지방· 교육인재 4대 미래 분야에 쓴다는 구상이지만 유사 중복사업 지출이나 정권 재량지출의 쌈짓돈이 되는 일은 없을지 잘 따져봐야 한다.
슈퍼예산안 편성으로 인한 통화·재정 정책조합의 엇박자와 물가·금리 불안도 걱정거리다. 대규모 재정지출은 총수요를 자극해 물가와 금리 상승을 압박한다. 한국은행은 집값 등 물가를 잡으려고 기준금리를 두 달 연거푸 올리면서 돈줄죄기에 나선 터에 고민이 적잖을 것이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에 켜진 재정 경고등도 남 일이 아니다. 미·일의 국채금리 급등, 엔화 약세 등 과도한 재정적자의 후유증은 언제든 닥칠 수 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1일 개막한 정기국회에선 여야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사상 최대 초팽창 예산안은 받아든 국회는 선심성, 비효율적 예산의 거품을 싹 거둬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야 한다. 재정건정성의 보루라는 본연의 역할에 어느 때보다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