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원사(院士)는 아닌, 국가과학기술자

박건희 기자
2026.09.07 04:00

올 연말 리더급 국가과학기술자를 선정한다. '리더급'은 각 분야에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성과를 보유했다는 뜻이다. '국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집단임을 뜻한다. '과학기술자'는 집단의 범위를 규정한다. 국내 학계·연구계·산업계에 몸담은 과학자와 공학자다.

리더급 국가과학기술자로 선정되면 연 1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연구실에 걸 '국가과학기술자' 명패를 제공하고, 연 1회 대통령과의 면담 기회도 준다. 책무도 있다. 국가 과학기술 R&D(연구개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자문 역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20명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100명을 채울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질문이 쏟아졌다. 뛰어난 연구자와 그렇지 않은 연구자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왜 과학자가 아닌 과학기술자인가, 왜 하필 100명인가.

이런 질문이 나온 건 '국가과학자'가 처음 경험하는 제도가 아니어서다. 2005년에서 2012년 사이, '최고과학자 연구지원사업'과 '국가과학자 연구지원 사업'이 있었다. 이른바 '황우석 사태'를 겪으며 명칭이 바뀌고 규모도 축소됐지만, 매년 1~2명을 선정해 10억원 이상을 지원한다는 틀은 유지됐다.

2026년 부활한 국가과학자 제도에서 주목할 부분은 단순 금액 차이뿐만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선정 범위와 규모가 확장된 모습이다. 많아야 2명 선정하던 '국가대표'의 머릿수는 10배 늘었다. 과학'기술'자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선정 대상에 석사 학위 이상의 산업계 출신도 포함됐다.

문제는 중간 평가도 생겼다. 연구자가 관료적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게 한다는 취지에서 5년 연속 지원했던 최고과학자와는 달리, 국가과학기술자는 선정 3년 후 평가를 거쳐 나머지 2년을 결정한다. 이를 두고 국가과학자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과학자 제도 부활로 연구자 간 제도적 우위는 생겼다. 하지만 수월성을 바탕으로 전폭적 명예를 약속하는 중국 '원사'(院士) 제도와는 멀어졌다. 지난해 기준 국내 상근연구자 수는 50만명이다. 이 중 1명을 뽑는 건 소수를 위한 특혜이고, 20명을 뽑으면 특혜가 아닐까. 정부는 이달 국가과학기술자 선정 절차에 착수한다. 평가는 과학계의 몫이다.

박건희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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