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트럼프 연일 파병 압박에 정부 파병 검토
한미동맹 유지·국민 안전 등 묘수 찾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군사적 개입에 따른 국민 안전과 국익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초청 간담회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관련 질문을 받고 "(관련 논의가) 진척된 것은 없다"며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우리 상선의 안전한 항행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가장 시급한 외교·안보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압박이 거세지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란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3월 소셜미디어에 한국과 중국·프랑스·일본·영국 등 5개국을 거론하며 군함을 파견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로 확보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지난 5월에는 한국 HMM 소속 '나무호' 피격을 거론하며 "한국도 작전에 합류할 때"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백악관 브리핑에선 이재명 대통령에게 호르무즈 해협 관련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한국의 핵심 미사일 방어체계인 '천궁-Ⅱ'를 우크라이나에 판매해야 한다는 내용의 워싱턴포스트 칼럼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가 파병을 결정한다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초 이라크에 자이툰부대를 파견한 이후 22년 만이다. 당시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국내 여론은 상당히 격렬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여중생 2명이 숨진 사건으로 반미 감정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추진하면서 국회의 파병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이어졌다. 전국 곳곳에선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지금은 상황이 당시와는 여러가지로 다르다. 나무호의 호르무즈 해협 인근 피격 사건 이후 우리 상선의 안전한 항행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 수송로로 한국의 경제·안보적 이해관계가 직접 맞물려 있다. 우리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과 해상자산 파견 방안 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파병 자체가 국민 안전에 직·간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정부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특히 파병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큰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여서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독자들의 PICK!
이란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란 정치·안보 고위 당국자는 "한국이 미군의 불법 작전에 협력하도록 하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라"며 "테헤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에 반하는 한국의 어떠한 행위도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국정 지지율 회복을 위해 민주진보 진영과의 접점을 넓히려 한다는 점도 파병 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파병에 대한 반감은 진보 진영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파병은 정부가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며 "분명히 경고한다. 그 선을 넘지 마시라"고 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도 "이 대통령이 지금 할 일은 호르무즈 참전이 아니라 전쟁을 멈추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투자 지연 문제와 쿠팡 관련 사안 등을 거론하며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군사적 기여 요구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기는 쉽다는 얘기다. 결국 정부는 한미동맹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군사적 개입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우리 국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찾는 것이 과제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파병 문제와 관련해) 어느 정도 타협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파병 논의 과정에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실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비앙=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비앙 G7 정상회의장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2026.06.16. photocdj@newsis.com /사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9/2026090616393496026_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