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의 공백[투데이 窓/임대근]

임대근 한국외대 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 (한국영화학회장)
2026.09.08 02:00

대만관 문제 반발해 중국관 철수한 날
주최기관 예술경영지원센터 통합 발표
개혁하더라도 행정 책임주체 명확해야

지난 3일, 문화계에는 두 가지 소식이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두고 중국관이 철수를 선언했다. '대만관' 문제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 방안'으로 문체부 산하 18개 기관을 7곳으로 묶는다고 발표했다. 통합 명단의 맨 앞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있다.

지금 전국에서 열리는 '2026대한민국미술축제'의 공동 주최 기관이 바로 예술경영지원센터다. 광주비엔날레는 이 축제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한쪽에서 국제행사가 외교 갈등으로 번진 날, 다른 쪽에서는 일손의 통합을 선언한 셈이다.

'대만관' 사태는 단순하지 않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대만 문화부는 전시관 이름의 '국립대만미술관' 약칭(NTMoFA) 표기를 6월부터 줄곧 항의했다고 밝혔다. 비엔날레 측은 참여 유형에 따라 국가관과 기관관으로 나눴을 뿐, 행정 절차상의 이견을 검열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결국 '대만관'이라는 이름을 쓰기로 했고, 이번에는 중국이 반발해 철수했다.

세계적인 미술 행사가 외교적 지뢰를 건드리고도 결론을 내기까지 석 달이 걸렸다. 그마저 개막을 앞두고 성급히 이뤄진 눈치다. 외교부는 이 일이 민간의 자체 판단으로 이뤄졌으며, 정부의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다. 비엔날레는 민간이 치르는 행사이고, 예술의 자율성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자율성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판단의 원칙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공백을 보여준다. 표기 원칙의 가이드라인, 외교 문제를 사전에 검토할 채널, 결정을 미룬 데 대한 책임 소재가 모두 텅 비어있다. 파문은 커지고 있다. 중국 광저우시 인민대표대회 대표단은 전남광주 방문을 취소했다. 국가냐 기관이냐의 문제가 외교 갈등으로 번지는 동안 그건 실무자가 판단할 일이라고 모두 뒷짐을 지고 있었던 건 아닌가.

문체부의 새로운 조직은 한국문화예술산업진흥원, 국악문화산업진흥원, 한국문화진흥원 등으로 묶인다고 한다. 비슷하거나 중복된 기능이 여러 곳에 흩어져 비효율적이라는 진단이다. 진단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기관이 늘어나는 동안 지원 창구는 미로가 됐고, 비슷한 이름의 사업은 기관을 옮겨 다니며 반복됐다. 문화예술인이라면 누구나 겪어본 일이다.

다만 새로 만들어지는 조직의 이름을 문화예술산업, 국악문화산업, 한국문화처럼 편향적으로 배치한 건 문제다. 문화는 일상-예술-매체-산업-기술-외교 등의 생태계를 갖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조합할지는 중요한 일이다. 조직의 이름은 방향을 설정하는 표상이기 때문이다. 유사와 중복을 이유로 합쳐야 한다면 남는 건 '문화'라는 상위 범주뿐이다. 그렇다면 하나로 충분하다.

조직도에 표시되지 않는 자산은 그보다 중요하다. 어느 큐레이터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어느 아트페어가 갤러리에 우호적인지, 해외 미술관과의 협상을 외교 마찰 없이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 이런 지식과 경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통합 과정에서 정원이 조정되고 사람이 바뀌면 가장 먼저 사라질 자산이다. 이번 '대만관' 문제도 바로 이런 감각의 공백에서 비롯됐다.

비엔날레 대표는 개막식 간담회에서 중국관 철수에 유감을 표하며 국가와 기관을 구분하는 운영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제도를 설계하고, 부산과 제주비엔날레 등 여러 행사에까지 적용할 원칙을 만들고, 외교 당국과의 협의 채널을 여는 일은 누군가의 업무로 배정되어야 한다. 일을 맡을 만한 조직은 통합 명단에 올라 자기 앞날을 먼저 걱정하게 됐다.

문화행정 개혁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개혁은 문화의 생태계가 선순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새로운 조직의 이름에는 일상의 문화가 여전히 빠져 있고, 문화-예술-산업은 뒤섞여 있다. 통합 기관의 덩치는 커지겠지만 우리 문화예술의 방향은 더욱 모호해질 수도 있다. 9월의 광주에서 우리는 판단의 공백을 보았다. 이제 그 공백을 채우는 방향으로 개혁이 설계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임대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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