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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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엔 시원한 극장이라는 영화 성수기의 공식처럼, 국내외 대작들이 잇따라 개봉하며 극장가가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아이맥스(IMAX) 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도 그 중 하나다. 국내에서만 2주 만에 관객 500만이 몰리며 흥행 질주 중이다. 트로이 전쟁과 고난의 귀향길이라는 익숙한 신화적 서사를 3시간의 러닝타임에도 지루할 틈이 없이 엮어낸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더불어 극장에서만 가능한 스크린 광학의 고유한 미학 덕분이다. 영화 기술사에서 아이맥스, 혹은 와이드스크린의 계보는 1950년대 시네마스코프(CinemaScope) 기술로 올라간다. 한눈에 들어오던 고전적 화면비(4:3)를 넘어, 가로로 길게 펼쳐진 대형 화면이 주는 효과는 단순히 '더 크게' 보는 데 있지 않았다. 우리의 시선이 스크린 너머의 세계를 자유롭게 유영하게 함으로써 관객은 그저 관찰자가 아니라 영화적 세계의 대기 안에 존재하는 것같은 현상학적 일체감을 체험하게 된다.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 한국 초기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납북시인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1939) 전문이다. 나비는 자신이 무엇과 맞서고 있는지 몰랐다. 모르기 때문에 용감해졌다. 무우밭인가 싶어서 가본다. 물방울 하나가 튀었을 뿐인데 두려움이 몰려온다. 탈진 상태로 되돌아온다. 거기가 꽃밭이 아니라 바다일 게 뭐람? 서글프고 시리다. 증조부가 친일파라는 여배우가 그 나비 같다. 그녀의 죄는 '자랑과 무지(無知)'로 요약되는 듯하다. "냉장고가 5대"라는 자랑은 '공주'답다. "안 먹어서 (식재료가) 매일 썩는다"는 말이 사람들 속을 뒤집어놓았다. 조상 자랑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말이 태풍이 되어 바닷속을 뒤집어놓았다. 자기가 하지 않은 일을 자랑하다 자기가 하지 않은 일 때문에 벌을 받게 되는 아이러니가 그녀의 자랑스런 가족서사를 비극으로 만들었다.
"A fleet. A war. A man. "(함대. 전쟁. 한 사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는 이 짧고 강렬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오디세우스에게 진짜 여정은 전쟁이 끝난 뒤부터 시작된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길은 거대한 파도와 괴물, 유혹과 배신,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이 그를 기다린다. 이 고대의 이야기가 오늘날 AI 시대를 맞은 한국의 모습과 놀랄 만큼 닮아 있다. 한국도 이미 하나의 거대한 전쟁을 치렀다. 바로 반도체 전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메모리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곧바로 이타카에 도착한 것이 아니듯, 한국도 반도체 강국이라는 현재의 성공만으로 AI 시대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더 긴 항해의 시작이다. 오디세우스 앞에 펼쳐진 바다는 끊임없이 거대한 파도를 몰고 온다. 한국이 마주한 바다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은 반도체에서 AI, 양자기술, 로봇과 피지컬 AI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Sound Body, Sound Mind!"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를).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Juvenal)의 풍자시에 나오는 이 명언과 함께, 1980년대 중반 모 우유회사 광고송 가사로 익숙한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이라는 구호는 필자의 삶을 관통하는 중요한 생활 철학이다. 20대 초반 허리 디스크로 고생한 이후 약한 허리로 내가 원하는 정상적인 일상과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수십 년간 꾸준히 아침 운동을 하며 체중 관리를 하고 있다. 머리는 어느새 절반 이상 흰색으로 변했고 얼굴 주름은 깊어져 가지만, 주말 새벽이면 어김없이 테니스 라켓을 들고 코트로 향한다. 운동에 진심인 한 사람으로서, 스포츠가 주는 삶의 활력과 정서적 평온은 내 인생의 소중한 가치이다. 올 여름 기록적인 무더위가 국민을 힘들게 하는 와중에 대한축구협회를 둘러싼 여러 불미스러운 사태가 국민들의 마음을 더 덥게 만들었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독단과 비민주성, 불투명한 예산 집행, 그리고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과 국회 청문회에 이르기까지 연일 보도되는 소식들은 국민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최근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AI 기본의료 전략'은 무척 의미심장하다. 의료 AI 산업은 물론, 국가 의료 체계에 큰 영향을 줄 정책이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AI 기반 의료를 누리도록 국가가 보장하며, 무너져가는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인공지능으로 메우겠다는 선언이다. 취약지 의원의 AI 도입을 지원하고, 상용 의료 AI를 지역 병의원에 보급하며, AI 기반 의뢰·회송과 응급 이송 체계, 나아가 AI 의료 기술의 성과의 평가·보상하는 체계까지 포함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전향적인 정책이 가능하구나 싶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특히 아래와 같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의료 AI 정책이 기존의 산업 육성에서 '의료 인프라' 구축으로 전환되었다. 산업 육성은 단기적이며, 성과가 없으면 종료될 수 있지만, 기본 의료는 국민에게 제공되는 사회적 인프라이다. 즉, 도로와 상수도를 놓듯이 의료 AI를 전국에 깔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 육성보다 훨씬 지속성이 강해지고, 예산의 출처와 규모도 차원이 달라진다.
"그 누구도 내가 집으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지 못해. 신까지도 말이야.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화제작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맷 데이먼)는 간절하게 외친다.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와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가 기다리고 있는 이타카에 도대체 언제 도착할까, 3시간 가까이 숨죽이며 지켜봐야 한다. 이 영화를 보며 태풍으로 제주도에 온 '하멜표류기'의 저자 하멜을 떠올리게 된다. 1653년 8월 16일이니 373년 전 바로 이맘때였다. 하멜과 오디세우스 사이에는 놀라울 정도로 공통점이 많다. 20년. 호메로스의 두 작품 중 '일리아드'가 트로이 전쟁 10년의 마지막 기간을 그렸다면 '오디세이아'는 전쟁 후 고향에 돌아오기까지 10년 기록, 합계 20년이다. 1650년 스무 살 하멜이 배를 탔다가 1670년에 고향에 돌아오기까지 역시 20년이 흘렀다. '오디세이아'는 서양문학 처음으로 인생을 여행과 항해에 비유하여 후대의 작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하였다. 인간은 모험을 통해 성장한다지만, 자유인으로 가는 길이 이토록 험난한 것일까? 꿈으로서의 바다.
스타트업의 86%가 디지털 규제로 사업 운영에 제약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국내 스타트업과 생태계 관계자 500명을 조사한 결과다. 4곳 중 3곳 이상은 운영비의 5% 넘게 규제 준수에 쓰고 있었다. 규제가 혁신과 투자에 영향을 준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규제가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AI와 데이터, 의료처럼 새로운 기술일수록 안전과 개인정보,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칙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유무가 아니라 품질이다. 특히 스타트업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새로운 시장의 규제를 처음 여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것이다. 혁신은 대개 법보다 먼저 온다. 기존 법에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처음 시도한 기업은 규제기관과 협의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안전기준을 만들며 실증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기술개발과 영업에 쓸 시간과 자본이 여기에 투입된다. 그러나 실증에 성공해 규제가 개선되면 그 결과는 모든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시장의 규칙이 된다.
영화 '호프'는 절반의 성공에서 멈출 것 같다. 한국영화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최대 규모의 제작비, 칸 필름마켓 선판매, 나홍진이라는 이름의 화려한 수사가 힘없이 저물고 있다. OTT 플랫폼에 내준 관객을 되찾기 위한 극장의 노력도 신통찮다. '호프'는 스펙터클만으로 관객을 극장에 붙들어 둘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대중영화는 여전히 볼거리와 이야기의 조화가 중요하다. 화면이 커질수록 헐겁지 않은 서사를 채워 넣어야 한다. '호프'가 극도의 호불호 반응을 오가는 까닭은 서사의 자리에 모호한 메시지를 욱여넣었기 때문이다. 기대작의 부진은 한국영화의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한국영화라는 이름만으로 관객을 다시 극장에 불러 모을 수 있을까. 극장의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고전영화와 예술영화 중심의 작은 영화관으로 가는 길, 다른 하나는 작은 모니터로는 결코 재현할 수 없는 대규모 스펙터클의 길이다. 미국에서는 극단적인 실험이 진행 중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Sphere)는 높이 112m, 지름 160m의 구형 공연장이자 돔 형태의 영화관이다.
기존 한국경제를 설명하는 적절한 용어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를 들 수 있다. 선진국이 먼저 개발한 기술을 빨리 수용해 고품질·저비용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디스플레이 산업 등의 성공은 이런 전략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이 방식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과기부 등 부처 업무보고에서 "AI는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증기기관과 전기를 발명한 것에 준하는 문명사적 전환이며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가 될 결정적 기회"라고 강조했다. AI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오늘의 혁신이 내일이면 오픈소스가 되고, 기술 우위도 고작 몇 달 정도 유지될 뿐이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따라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느냐'다.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집권 2년 차 국정 비전으로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오래전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기술과 조직의 우위를 뜻하는 초격차 개념을 제시했다.
K 콘텐츠도 그렇지만 K 팝은 묘한 입지에 있다. K 팝은 영국의 브리티시 팝처럼 한 나라의 국가 브랜드를 함의한다. 하지만, K 팝의 창작과 유통은 국가와는 본래 관계가 없는데 민간 시장 기업 영역이다. K 팝과 그 영향력은 각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들의 콘텐츠와 문화 상품 경제의 비즈니스에서 비롯한다. 다만, 한국의 경제 현상과 밀접한 연동 관계에 있다. K 팝의 인기는 한국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헤일로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다른 경제 상품의 소비 진작과 한국 방문 관광 효과까지 낳으니 한국 정부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적 민간기업의 시장 영역이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공성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 수단을 통한 정책 효과로 K 팝의 확장과 성장을 더 이끌 수 있다면 국가적인 포지티브 효과가 크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발족한 이유는 이러한 배경에서 생각해 볼 때 긍정적이다. K 팝을 위시로 한 K 콘텐츠의 해외 확장성을 위해 민관 콜라보의 공공성 정책을 추진하니 말이다.
2003년 여름. 파리 특파원 부임을 준비하면서 프랑스 뉴스를 관심있게 들여다보던 도중 40도가 넘는 이례적 폭염 소식을 접했다. 당시 CNN 앵커는 유럽기상도가 그려진 화면 위에서 각국의 최고기온을 전하면서 이 엄청난 폭염은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공기 유입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례적 폭염의 결과는 참혹했다. 프랑스에서만 1만5000여명이 숨졌다. 주로 거동이 불편해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고 홀로 사는 노인들이었다. 2026년 여름. 다시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유럽을 덮쳤다. 이번에는 '오메가 열돔'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사하라 사막에서 유럽으로 올라온 열풍을 그리스 문자 '오메가(Ω)' 형태의 기압 배치가 거대한 솥뚜껑처럼 가둬 유럽 대륙을 달구고 있다는 것이다. 6월말 불과 1주일만에 27개국에서 1만명이 넘는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올해 유럽 폭염이 2003년 폭염과 차이가 있다면, 한달 이상 빠른 6월말에 시작됐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폭염은 '숨 막히는 밤 더위(sweltering nighttime heat)'가 나타날 가능성이 2003년에 비해 약 100배나 높다고 한다(WWA).
최근 인공지능을 둘러싼 경쟁은 성능을 넘어 주권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미국 정부의 앤트로픽 최상위급 AI 모델인 미토스 5와 페이블 5에 대한 수출통제다. 2026년 6월 미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앤트로픽은 해당 서비스를 즉각 중단했다. 비록 통제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끝났지만 해외 이용자들은 미국 정부의 일방적 결정만으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소버린 AI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평소에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더라도 위기 상황에서 상대국 정부가 킬 스위치를 작동시켜 접근을 일방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 이를 과연 자국의 AI 역량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인공지능이 검색과 문서작성 도구를 넘어 국방, 금융, 행정, 산업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는 상황이 되었을 때 접근권의 중단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국가 기능의 차질이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연합이 디지털주권 정책을 강화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미·유럽 간 갈등은 관세와 통상을 넘어 기술의 개발·통제권을 누가 보유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