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억 샜는데 계좌 분리 재탕"…부천시립노인병원 '부실 위탁' 논란

경기=권현수 기자
2026.09.17 11:55

윤단비 부천시의원 "독립채산제가 감독 포기 면죄부 아니다"…수탁 구조 전면 재설계 요구
미회수액 6억 달해… 전임 수탁법인 연속 파행에도 통제 장치 부재 질타

시정질문을 하는 윤단비 부천시의원./사진제공=부천시의회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과 노인전문요양원에서 30차례에 걸쳐 33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외부로 이체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경기 부천시가 내놓은 대책이 기존 방식을 답습한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단비 부천시의원은 17일 제294회 제2차 정례회 보충 시정질문을 통해 "계좌 분리와 정기점검만으로는 자금 유출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이 감사 결과로 입증됐다"며 두 시설의 위탁·재정구조 재검토를 촉구했다.

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병원에서 12차례 18억4300만원, 요양원에서 18차례 14억9504만원 등 총 33억3804만원이 외부로 유출됐으며, 이 중 6억1494만 원은 미회수 상태다. 전 수탁법인 체제에서도 별도 사업자등록과 계좌 분리가 적용됐던 만큼, 시의 기존 통제 기제가 무용지물이었음이 입증된 셈이다.

윤 의원은 독립채산제라는 민간위탁 방식의 한계를 꼬집었다. 그는 "독립채산제가 지출 직접 통제의 어려움을 뜻할 순 있으나 지도·감독 포기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수탁법인의 자금 운용 권한에 상응하는 실효성 있는 견제 장치를 위·수탁 계약서에 명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시설 운영자금의 외부 이체 금지 △일정 금액 이상 이체 시 즉시 보고 △임금·4대 보험료·퇴직연금 정기 확인 △이상 징후 발생 시 긴급 개입 △부적정 지출에 대한 환수 및 계약해지 기준 명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시가 추진 중인 '통합위탁' 방식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동일 법인의 회생·파산 위험이 두 시설로 동시에 전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과거 수탁 운영기관은 적자로 운영을 포기했고, 뒤이은 운영기관 역시 자금 유출과 공과금 체납 끝에 회생절차에 들어가 계약이 해지됐다.

윤 의원은 "공공의료 수행 비용은 시가 객관적 기준에 따라 지원하고, 경영 실패와 부적정 지출 책임은 수탁기관에 명확히 물어야 한다"며 "간판만 바꾸는 재위탁을 넘어 직영, 공공기관 위탁, 비용 지원 후 사후정산형 모델 등을 다각도로 비교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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