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가 백록담과 모세왓 일대의 암석·광물 특성을 분석해 두 지역의 형성 관계와 지하 마그마의 변화 과정을 해석한 연구논문을 국제학술지 '지오사이언시스 저널(Geosciences Journal)'에 게재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라산연구부가 주도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한 한라산 지질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행됐다. 연구부는 당시 한라산 일대 소화산 60여 개의 형성 과정을 밝혀냈다. 이번 논문에서는 백록담과 모세왓의 화산활동에 초점을 맞춰 지하 마그마 저장소의 구조와 분출 과정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지하 마그마 저장소의 위쪽과 아래쪽에 성분과 광물 결정의 양이 서로 다른 마그마가 존재했고, 새로운 마그마가 여러 차례 유입되면서 모세왓 유문암과 백록담 조면암이 차례로 분출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마그마저장소 상부에는 결정이 적은 유문암질 마그마가, 하부에는 결정이 많은 조면암질 마그마가 자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모세왓 유문암은 땅속 마그마가 서서히 식으며 광물 결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성분이 변화한 마그마가 저장소 상부에 모였다가 먼저 분출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모세왓 유문암은 제주에서 확인된 화산암 가운데 마그마의 화학적 분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암석이다. 연구진은 저장소에 새롭게 유입된 고온의 마그마가 상부 유문암질 마그마의 분출을 촉진한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지하 마그마저장소의 서로 다른 부분에 있던 마그마가 순차적으로 분출한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현재 백록담 조면암돔의 바깥쪽과 안쪽에 분포하는 암석의 특징을 통해 과거 지하 마그마저장소의 층상 구조와 분출 순서를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지표에 남아 있는 암석과 광물의 특성을 통해 과거 지하 마그마 저장소에서 일어난 변화를 구체적으로 복원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암석과 광물의 화학조성을 분석해 모세왓 유문암질 마그마가 분출하기 전 지하에 저장돼 있던 온도를 약 815~834℃로 추정했다.
광물에 남아 있는 성분 변화와 녹은 흔적도 마그마의 저장 상태와 새로운 마그마 유입의 영향을 파악하는 단서가 된다. 지난해 7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한라산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와 백록담의 형성 관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했다는 점도 이번 연구의 성과다.
연구 결과는 한라산 정상부의 화산지형과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자연유산의 보전·관리와 탐방 해설,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수행한 안웅산 한라산연구부 박사는 "앞으로 영실과 삼각봉, 성널오름 등 서로 다른 시기에 형성된 화산체의 연대와 암석·광물을 비교해 한라산 지하 마그마 시스템의 변화 과정을 더욱 체계적으로 밝혀나가겠다"며 "과거 마그마의 유입과 분출 과정에 대한 연구자료는 향후 화산 관측자료의 해석과 장기적인 화산활동 평가, 방재 연구를 뒷받침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