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이 낳은 비례대표…거대양당 야합 '꼼수 정치'의 부메랑

민동훈 기자
2026.09.02 16:21

[the300] [위성정당·정당보조금 논란] ①
용혜인 성평등장관 후보자,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서 두번 당선
기본소득당 유일 의원, 사퇴시 원외정당 추락에 겸직입장 고수
거대정당 야합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악용한 위성정당 후유증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사진=조현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의원·장관 겸직' 논란이 거대 정당이 야합해 탄생한 비례위성정당 제도의 후유증이란 비판이 거세다. 용 의원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해도, 내려놔도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21·22대 총선에서 반복된 위성정당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법상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은 사퇴해도 후순위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할 수 있어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았다. 2000년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 2009년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2016년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비례대표 의원직을 반납했다. 비례대표는 의원직을 내려놓더라도 후순위 후보가 승계할 수 있어 장관과 의원을 동시에 유지하려는 유인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정치권에선 야권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용 의원이 장관직을 수행하려면 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뉴스투데이'에서 "장관을 하고 싶으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낫다"며 "젊은이답게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장관을 시키는데 국회의원까지 계속하겠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욕심으로 보이는 것이고, 불공정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위성정당·용혜인 타임라인/그래픽=김다나

문제는 용 후보자 입장에서 의원직을 내려놓기엔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용 후보자는 현재 기본소득당 소속이지만 2024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후보로 당선됐다. 따라서 사퇴할 경우 당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명부의 후순위가 의석을 물려받는다. 승계 대상자는 민주당 소속인 고재순 전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이다.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인 용 후보자가 떠나면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되고 경상보조금 지급에도 영향을 받는 구조다.

'꼬인 승계구조'의 출발점은 2020년 총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말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지만 첫 선거부터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제도 취지가 훼손됐다.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민주당은 기본소득당·시대전환 등이 참여한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당시 기본소득당 대표였던 용 의원은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돼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총선이 끝난 뒤에는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합당을 앞두고 제명 절차를 거쳐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했다. 비례대표는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지만 제명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더불어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인 이재명 대표와 자문단장으로 위촉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본사회위원회 광역 기본사회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3.06.01. 20hwan@newsis.com

4년 뒤에도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2024년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되면서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를, 민주당은 진보당·새진보연합 등과 함께 더불어민주연합을 출범시켰다. 용 의원은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다시 당선됐고, 총선 뒤 더불어민주연합에서 제명돼 기본소득당으로 돌아왔다. 두 차례 모두 연합정당 명부로 당선된 뒤 원소속 정당으로 복귀하는 방식이었다.

위성정당의 폐해는 용 의원의 장관 지명을 계기로 현실화했다. 의원직을 계속 갖고 있으면 '비례대표 입각 시 사퇴'라는 관례를 깨고 소속 정당의 의석과 국고지원을 지키기 위해 겸직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의원직을 내놓으면 기본소득당 유권자의 선택과 관계없이 과거 위성정당의 명부에 따라 다른 정당 인사가 의석을 가져간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개인의 '투잡' 여부를 넘어 선거 제도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선거 때마다 한시적으로 정당을 만들었다가 해산·합당하는 일회성 가짜 정당(위성정당) 방식이 비례대표 의석의 대표성과 승계 구조까지 왜곡한 결과라는 것이다.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방지 장치와 비례대표 승계 제도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다음 총선 전에는 반드시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며 "위성정당, 위선정당 사기극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비례대표 후보의 소속과 책임을 유권자가 분명히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 뒤 당적 복귀를 전제로 한 편법적 공천과 의석 거래를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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