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준비가 아직 안된 만큼 정치권에서도 이를 또한번 유예해야한다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미 세차례 유예된 데다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예정대로 과세해야 한다는 반발도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과세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초과분에 20%의 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 22%)를 부과하는 제도다. 2020년 말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돼 2022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과세체계와 투자자 보호 장치 미비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연기됐다.
세차례 연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준비는 되지 않은 상태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과세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거래소는 한곳도 없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두나무)는 거래명세서와 집계표 항목 확정 이후 개발에 착수할 준비를 하고 있고, 코빗은 내년 3월 31일까지 성능시험과 인터페이스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팍스(스트리미)는 시스템 설계 방향을 검토하는 초기 단계다. 코인원 역시 "시스템 구축에 대한 내부 논의는 진행한 바 있으나 작업 착수는 보류 중"이라고 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거래소별로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거래내역 조회 범위에도 차이가 확인됐다. 업비트는 2019년 1월부터 전체 거래내역을 조회할 수 있지만 빗썸은 최대 1년, 1만5000건 이내에서 조회할 수 있다. 코인원은 온라인에선 2021년 이후 거래내역을 최대 12개월 단위로 조회할 수 있다. 코빗은 최대 1년 범위에서 조회할 수 있고 고팍스는 조회 기간에 제한이 없다.
현재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당론으로 결정한 상태다. 송언석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폐지 법안을, 김상훈·정성국 의원은 각각 과세 시행을 2~3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권에선 박민규 의원이 과세 시행을 내년에서 사실상 2029년으로 늦추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세법 심사를 담당하는 재경위 소속 여당 의원들도 과세 유예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경위 여당 간사인 오기형 의원은 지난 13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기본공제액을 어떻게 바꿀지, 손실공제를 확대할지 하는 논의를 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의 여지를 밝혔다.
정치권의 유예 움직임에는 과세 인프라 미비에 따른 정책적 부담보다 청년층·개인투자자 등 과세에 반발하는 민심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이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의 대원칙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부와 집권당이 해야 할 일은 '과세의 포기'가 아니라 '합리적 설계'"라며 "민주당은 정치공학적 표 계산을 내려놓고, 민생 개혁 정당의 길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했다.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가상자산 과세 폐지에 관한 청원' 검토보고서에서도 "조세소위원회 논의 등을 통하여 이미 결정된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여부를 번복하는 것은 조세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는 오는 11월 국회의 세법개정안 심사에서 논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