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품질과 혁신성, 차별화된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운 우리 화장품은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문턱이 낮아진 것만은 아니다. 국가별 규제가 강화되고 시장마다 요구하는 등록 기준도 세분화되고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 각국의 규제에 대응하고 현지 시장 신뢰를 확보하는 역량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 중 하나가 할랄 시장이다. 할랄은 흔히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것을 의미하는 종교적 개념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제품의 원료와 제조공정, 보관·유통 전반을 관리하고 입증하는 시장의 기준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초 지난 10월 18일 시행 예정이었던 화장품 할랄 인증 의무화를 2028년 10월로 2년 연기했다. 산업계의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그러나 의무화 시점이 늦춰졌다고 해서 할랄 대응의 중요성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 약 2억 8800만 명 중 무슬림이 약 2억 51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 국가다. 화장품 시장 규모도 2025년 약 97억 달러에 달하는 등 K-뷰티의 중요한 수출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유예는 우리 기업이 새로운 수출 기준에 대비할 시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화장품의 할랄 인증은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원료의 유래와 공급처를 확인하고 적합성을 입증해야 하며, 제조·세척·보관·유통 과정에서도 할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식품의약품안전청(BPOM)의 제품 등록에도 함께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인력과 경험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할랄을 수출 직전에 인증서 하나를 추가로 확보하는 문제로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다. 제품 개발과 원료 선정 단계부터 할랄 요건을 확인하고 제조공정과 공급망을 관리하면서 필요한 자료를 축적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에 확보된 유예기간을 단순한 준비 연기가 아닌 인증체계를 정비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인증 방식도 기업의 전략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국내 할랄인증기관과 인도네시아 할랄제품보증청(BPJPH) 간 상호인정체계를 활용하는 교차인증 방식과 현지 할랄검사기관(LPH)의 심사를 거쳐 BPJPH 인증을 취득하는 직접인증 방식이 있다. 직접인증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급하는 인증으로 현지 바이어와 소비자의 신뢰 확보에 더욱 유리하다. 다만 기업이 개별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현지 기관과의 의사소통, 심사 일정 조율 등에 부담이 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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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 할랄검사기관과 신속하고 긴밀한 협력체계를 가동 중이다. 이를 통해 현지 기관과의 소통을 돕고 인증 절차를 지원하며, 심사 일정 조율, 비용 절감, 할랄 감독관(Halal Supervisor) 확보 지원 등 기업이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실무적 문제에도 대응한다. 아울러 원료·성분 검토와 시험·분석, 제조공정 점검, 인증자료 준비와 사후관리까지 연계한다. 현지 직접인증의 신뢰성은 살리면서 기업의 비용과 절차 부담을 낮추는 것이 KCL 할랄 지원의 차별점이다.
할랄을 수출의 마지막 단계에서 넘어야 할 인증 장벽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제품 기획과 원료 선정 단계부터 고려해야 할 시장 전략이자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신뢰 기준으로 인식해야 한다. 의무화 일정은 늦춰졌지만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KCL은 시험·평가 역량과 글로벌 인증 네트워크를 연결해 우리 기업의 선제적인 대응을 뒷받침할 것이다. 규제에 대응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기준을 먼저 준비하는 것, 그곳에서 K-뷰티의 다음 수출 기회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