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김영배·박정현·박주민·양부남·윤건영·이광희·이상식·이해식·임호선·채현일(민), 강명구·권영진·김예지·박덕흠·박상웅·서명옥·주호영·진종오(국), 정춘생(조), 용혜인(기), 김영진(민·위원장)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 등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은 국회 국정감사에도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중심으로 한 범여권의 검찰개혁 후 처음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수사권을 떠안은 중수청과 경찰의 역량과 중립성 등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넘어 경찰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고,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미흡한 수사체계 개편 및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수사권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넘겨받은 행안위에선 정치적 공방도 거세게 오갔다. 범여권에선 한동훈 무소속 의원 딸의 허위스펙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고, 국민의힘은 김재섭 의원에 대한 수사와 김지용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광역단체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선 추미애 경기지사의 재정비상 선언을 둘러싼 논란이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번지며 소방 재정의 국가 부담 문제가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서울시 국감에서는 한강버스 건조업체의 리베이트 의혹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고, 지방 국감에서는 대구·경북(TK) 행정통합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지역 재정 문제가 주목받았다. 전남·광주경찰청과 제주경찰청 감사에서는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의혹을 계기로 경찰 수사의 책임성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다.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 질의에 앞장선 건 이상식 민주당 의원이었다. 경찰 출신인 이 의원은 경찰청 국감에서 정보 조직과 경무·감찰 등 지원부서가 수사·민생치안 부서보다 승진에 유리하다 조직의 무게 중심을 현장과 수사 부서로 옮겨야 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서울시 국감에선 취득세 수입이 약 2조8000억원 증가했지만 전체 예산에서 주택 관련 예산 비중과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서울시 출자 비중은 줄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올해 공공주택 공급 실적이 목표치의 약 52%에 그친 점 등을 언급하며 "3조원 가까운 수입이 발생했으면 더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간사인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현안 대응과 정책 질의를 아우르며 장남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강 의원은 경찰청장 공백이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을 비판함과 동시에 개문발차로 출범한 중수청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종합감사에서는 김지용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문제 삼으며 새롭게 출범한 수사기관의 정치적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 인허가권의 자치구 이양 방침이 난개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한편 청년들의 '대출 오픈런' 현상을 거론하며 정부의 금융·세제 규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야간경제 활성화 사업에 대한 점검과 규제 개선을 주문하기도 했다.
채현일 민주당 의원은 경찰개혁과 수사체계 정비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다. 경찰청 국감에서는 자체 조사를 토대로 경찰개혁의 방향을 전문성·공정성·책임성으로 나눠 제시했다. 종합감사에서는 중수청 출범 초기의 인력 충원과 수사체계를 점검하고, 경찰과 중수청 간 수사 관할 혼선에 대비한 실무협의체와 핫라인 구축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 보디캠 약 1만4000대의 원산지와 중국산 장비의 국산 둔갑 의혹을 제기하며 정보보안과 장비 조달체계를 점검한 점이 주목받았다. 최근 국내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두고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 실태를 따져 묻기도 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한 의원 딸 의혹 등 정치적 쟁점에 날카롭게 대응하면서도 인사혁신처 국감에서 공무원 면접 복장 지침과 평가의 공정성 등을 문제 삼으며 행정제도의 빈틈을 짚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0대 승강기 검사원 사망사건과 관련해 진상 규명을 강조하는 한편 서울시 국감에선 한강버스 리베이트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대구시장을 지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방행정 경험을 토대로 한 재정 문제에 집중한 점이 돋보였다. 특히 경기도 재정비상 선언에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끌어낸 추미애 경기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은 정치권이 소방 재정 및 안전 이슈에 집중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미래대응기금 신설이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을 훼손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정쟁이 치열한 상임위에서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발굴한 점이 주목받았다. 선관위 국감에서 장애인 유권자의 투표 접근성과 비밀투표권 보장을 요구했고, 경찰청 국감에서는 해외입양인이 생모를 찾는 과정에서 경찰의 미흡한 대처와 발달장애인 조사 과정의 권리 보장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소속 김영진 행안위원장은 여야가 정면충돌해 온 국감장에서 차분하게 질의를 조율하는 한편 국립소방병원에 대한 지원과 지방재정 확충, 행정통합의 사후 평가 등 후속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한편 머니투데이 더300 국감 스코어보드의 평가 기준은 △정책 전문성 △이슈 파이팅 △국감 준비도 △독창성 △국감 매너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