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상위 3% 노동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지 않게 하는 초광역특구법 특례안에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한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지지층이기도 한 이들의 반발을 뚫고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단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한국노총 지도부와 '2026 제3차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노동계의 다양한 숙원 현안을 읊으며 지원을 약속했고 동시에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협조를 주문했다. 이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소통하는 척하지 마라"라며 김 대표를 쏘아붙이며 불만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던 소년공 출신 대통령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도 시계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말하며 이 대통령과 함께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던 말을 기억한다"라며 "지금 그 약속은 지켜지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초광역특구법은 기업의 투자와 결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노동시간 및 노동권 예외를 확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거짓말하지 말고 균형을 갖고 소통하는 척하지 마라"라며 "당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 있는 답변과 결단을 요구한다. 정책연대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노동 존중의 약속을 실천할 때 가능하다"라고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지난해 대선에서는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을 정도로 이 대통령 및 민주당과 우호적인 관계를 보여 온 인사다. 이날 김 대표가 여러 현안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사회적 대화를 존중하는 선에서 대화를 이어가자"고 제안했으나 이를 거절한 것이다. 노동특례에 대한 반감이 주된 원인이었다.
민주당은 특구 내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위한 노동특례를 담은 박상혁 의원 대표발의안과 이를 제외한 최기상 의원 대표발의안을 병행 심사하면서 노동계와 특례 확대를 요구하는 국민의힘 사이에서 절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의원의 안을 살펴보면 입주 기업 가운데 소득 상위 3%의 노동자에게만 특례를 적용하겠단 입장인데 사실상 반도체 R&D(연구개발) 직원들에만 예외를 인정해주자는 취지다.
노동계 입장은 다르다. 범진보진영의 오랜 노력을 통해 성취한 52시간제에 가해진 균열로 본다. 이번에 예외가 허용되면 비슷한 특례가 우후죽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부 강성층과 조국혁신당 등 진보진영 한국노총·민주노총 등이 같은 생각이다. 이에 민주당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지역·소득에 대한 강도 높은 단서 조항이 달려 있어 빗장을 푸는 계기가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민주당 지도부가 노동 특례와 관련해 숙의의 시간을 갖겠다며 결단을 미뤘지만, 정치권에서는 특례 조항이 결국 포함될 것으로 여긴다. 기업의 요구와 정부의 관철 의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행령 등 우회 방안 마련을 주문한 바 있고, 임광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에 출석해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우군인 노동계와 진보진영 내부 반발을 잠재우고 여당이 이를 처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단 평가도 이런 이유에서 나왔다.
한 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노동특례 설득에 실패할 경우이재명 정부 역점 사업인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악재가 될 수 있고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진영 내 갈등이 커지게 된다. 두 경우 모두 2028년 총선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며 "결국 이 대표와 지도부의 역량에 달린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