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달리기보다 낮은 강도로 천천히 뛰는 '슬로우러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참여자가 늘고 관련 모임까지 생겨나자, 과거 러닝크루의 '길막'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엑스(X)에는 "곧 자주 볼 것 같은 러닝크루 근황. 이제는 슬로우러닝 열풍인 듯하다"는 글과 함께 여러 명이 함께 천천히 달리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참가자들이 무리 지어 달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슬로우러닝 자체보다 단체 러닝으로 인한 보행 방해를 우려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뛰든 상관없는데 제발 길만 막지 마라", "러닝크루처럼 여러 명이 나란히 뛰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등 반응이 이어졌다.
슬로우러닝은 특정 속도를 기준으로 삼기보다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는 낮은 강도로 달리는 운동 방식이다. 보통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달리며, 기록 단축보다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데 초점을 둔다. 고강도 운동이 부담스러운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 운동을 넘어 단체 활동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SNS에는 '슬로우러닝', '슬런' 등 이름으로 운동 경험을 공유하거나 함께 달릴 사람을 모집하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달리기 열풍은 통계에서도 뚜렷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 가운데 주로 참여하는 종목 1~3순위로 '달리기·조깅·마라톤'을 꼽은 비율은 2024년 4.8%에서 2025년 7.7%로 2.9%포인트 상승했다. 1년 새 약 1.6배로 늘면서 전체 종목 가운데 6위에 올랐다.
함께 달리는 모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에서 '산책·달리기' 등 단어가 포함된 모임은 2024년 말 기준 1년 전보다 2.2배 증가했다.
문제는 러닝 크루가 함께 달리면서 보행로를 폭넓게 차지한다는 점이다. 특히 여러 명이 나란히 천천히 달리면 뒤따르는 보행자가 추월하기 어렵고, 마주 오는 사람도 비켜서야 한다. 속도가 빠르지 않더라도 같은 구간을 비교적 오래 차지하기 때문에 인원과 대형에 따라 보행 불편이 커질 수 있다.
네티즌들이 문제 삼는 건 슬로우러닝 자체가 아니라 단체 달리기로 인한 통행 방해다. 과거 러닝크루의 '길막' 논란이 슬로우러닝 모임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 서초구는 2024년 10월부터 반포종합운동장에서 5명 이상이 함께 달릴 경우 참가자 사이에 2m 이상 간격을 두도록 했다. 대규모 러닝크루가 여러 개 트랙을 차지하고 고성을 지른다는 민원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였다. 이용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허가 없이 유료 강습을 진행하면 관리자가 퇴장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 여의도공원에도 러닝크루를 겨냥한 안내문이 설치됐다. 안내문에는 '무리 지어 달리기', '박수·함성', '비켜요 외치기', '웃옷 벗기' 등을 삼가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공원 측은 시민들이 제기한 불편 사항을 토대로 안내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러 명이 함께 달리는 행위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법은 없다. '5명 이상 달리기 제한' 등은 전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법적 기준이 아니라 개별 운동장이나 공원이 정한 이용 규칙이다.
도로교통법은 보행자가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보도로 통행하고, 보도에서는 우측으로 통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한다. 여러 명이 나란히 달리는 행위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은 없지만, 일부러 길을 막고 제지에도 통행 방해를 계속하는 등 구체적인 사정이 있다면 경범죄 처벌법 적용이 검토될 수 있다. 현행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길을 막아 다른 사람을 불안하거나 불쾌하게 한 경우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에 처하도록 한다.
공공 통행로를 장시간 사실상 막아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했다면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통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고 있어, 일시적으로 보행로 일부를 차지한 것만으로 곧바로 해당 혐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달리던 중 다른 보행자와 부딪혀 다치게 하면 별도의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주의를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되면 형법상 과실치상죄로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에 처할 수 있다. 치료비 등 손해에 대해서도 민법상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러닝 인구가 늘고 운동 방식도 다양해지는 만큼 슬로우러닝 역시 새로운 운동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운동의 속도와 관계없이 공공 공간에서는 소규모로 나눠 달리고, 보행자가 지나갈 공간을 확보하는 등 기본적인 이용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