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허위로 공시해 주가를 띄우는 수법으로 3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코스닥 상장사 실소유주가 다섯 번째 선고기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사기관이 행방을 쫓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검찰청이 폐지될 경우 피고인의 신병 확보와 관련한 업무는 공소청이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노유경)는 4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 나모씨의 5차 선고기일을 열었다. 하지만 나씨가 또다시 불출석하면서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오는 29일로 재차 연기했다.
나씨는 지난 7월14일 첫 선고기일부터 법정에 나오지 않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나씨가 불출석하자 보석을 취소했다. 이후 같은 달 21일과 24일, 지난달 14일에 이어 이날까지 새로 지정된 선고기일에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5월27일 결심공판을 마지막으로 석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수사기관도 나씨가 도주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적 중이다. 지난달에는 나씨의 소재 파악을 위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나씨에 대한 선고를 위해서는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에 나오지 않아 재판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6월부터 피고인 없이 선고할 수 있는 이른바 '궐석 선고' 요건을 완화한 개정 소송촉진법이 시행됐지만 나씨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형·무기 또는 장기 10년을 초과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은 궐석 선고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나씨의 불출석이 다음달까지 이어질 경우 신병 확보와 관련한 업무는 새로 출범하는 공소청이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0월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공소청이 공소유지에 필요한 피고인의 소재 확인과 영장 집행 등을 담당하는 근거가 마련돼 있어서다.
석상엽 법무법인 일로 변호사는 "공소청·중수청 전환 시 신병확보 관련 업무는 개정 형사소송법상 공소청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 사건에 적용될지는 경과규정과 부칙 검토가 필요하고, 최종 법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피고인의 신병 확보 업무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경찰 등이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재판부가 보석취소·구인·구금 여부 등을 결정하면 검찰이 집행을 지휘하고 경찰이 실제 검거하는 구조다.
나씨는 2018년 벤처투자사 대표 이모씨 등과 공모해 바이오 신약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의 수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약 3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9년 말 금융당국이 수사망을 좁히자 가상의 인물과 시나리오를 만들어 공범들에게 위증을 종용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나씨에게 특경법상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징역 10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벌금 750억원과 추징금 329억원도 함께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나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6명은 지난달 14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