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2023년 9월 5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자택에서 40대 초등학교 여교사 A씨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이틀 뒤 끝내 숨을 거두었다. 24년 동안 교단을 지켜온 교사였던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건 '학부모 갑질'이었다. 끊임없는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등 4년에 걸친 학부모들의 갑질이 한 교사의 삶을 망가뜨렸다.
사건의 발단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전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던 A씨는 수업 태도가 불량하고 학우들을 때리는 등 교실 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행동을 일삼는 학생 4명을 지도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친구의 뺨을 때린 학생 한 명을 교장실로 보내 훈육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지도를 실시했다.
가해 학생들 중 일부 학부모들이 A씨의 훈육 방식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자녀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반발했고, 특히 친구의 뺨을 때린 행동조차 "우리 아이의 손이 친구의 뺨에 맞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하려 했다. 이들은 교사의 교육적 조치를 두고 "인민재판식 처벌"이란 표현을 쓰며 비난했다. 이어 A씨를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대처도 A씨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겼다. 기관은 현장조사 후 '정서 학대' 의견을 경찰에 제출했다. 기관 측은 당시 규정과 절차에 따른 판단이었다고 설명했으나, 이 자문 의견 이후 A씨는 10개월 동안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했다. 최종적으로 A씨는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법적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학부모들의 괴롭힘과 민원은 멈추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지속적으로 교육청과 학교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민신문고, 학교 방문, 전화 등을 통해 A씨를 압박했다. 이 학부모들은 자녀가 1학년이던 2019년부터 4학년이 된 2022년까지 4년 동안 16차례에 걸쳐 반복적인 민원을 넣었다.
이로 인해 A씨의 일상과 정신 건강은 극도로 황폐해졌다. A씨 남편에 따르면 A씨는 동네에서 학부모를 마주칠까 두려워 가까운 마트조차 이용하지 못했다. 한 카페에서 우연히 해당 학부모를 마주하자 두려움에 휩싸여 주문한 커피조차 받지 못하고 급히 가게를 떠나야 했던 일화는 A씨가 겪었던 고통의 정도를 짐작하게 한다.
괴롭힘은 일상적인 훈육과 근무 영역 전반으로 확대됐다. A씨가 병가를 내자 "병가 중인 교사가 왜 밖에 돌아다니느냐"는 항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코로나19(COVID-19) 방역 기간 교문 앞에서 등교 지도를 할 때는 "통학에 방해가 된다"며 "교사를 교문에서 치워달라"는 요구를 제기했다.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와 A씨가 같은 층에서 마주칠 수 있다며 다른 층 교무실로 옮겨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A씨가 고통을 겪는 동안, 학교 관리자들의 대처는 소극적이었다. A씨는 자신을 향한 무차별적인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 측에 두 차례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했으나, 학교 관리자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반면 학부모들의 요구로 개최된 학교폭력위원회에선 모순적 상황이 벌어졌다. 반 친구들을 때리고 수업을 방해했던 학생이 오히려 '피해자'로 심의를 받았다. 이를 지도하려 했던 A씨가 피신고자가 되었다. 교육청 역시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차례 민원이 접수되었음에도 사안을 정밀하게 조사하기보다 단순 민원으로 분류해 종결 처리하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A씨는 결국 심각한 트라우마와 무력감을 호소하며 오랜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두달 전인 2023년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이 보도되자, A씨는 과거 자신이 겪었던 트라우마가 재발해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다.
A씨는 전국초등교사노조에 "저는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어떠한 노력도 제게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이라며 "아동학대 조사 기관의 어이없는 결정을 경험했다. 당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고 20여일 뒤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 관리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뒤따랐다. 대전시교육청은 진상조사를 실시한 뒤 교사 보호 조치에 소극적이었던 해당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들에게 2024년 6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다만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사건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학교 관리자의 부적절한 대처는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교감은 동료 교사들에게 고인의 사망 원인을 '뇌출혈'이라고만 단순 전달했으며 "가급적 조문을 삼가라"고 당부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이 공론화되면서 학교 문 앞에는 교장을 비판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근조 화환이 늘어서는 등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이후 A씨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됐다. 2024년 6월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원회는 정서적 고통을 공무상 재해로 보고 A씨를 순직으로 처리했다.
경찰은 학교 관리자들과 학부모들의 공무집행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려 교원단체의 강한 반발을 샀다. 검찰은 2024년 10월 학부모 부부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학부모 부부가 고인이 생전 '자녀를 인민재판 했다'는 주장을 유포한 것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1심은 2025년 7월 "인민재판식 처벌이란 표현을 허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A씨는 생전에도 아이들을 돕기 위해 꾸준히 기부와 후원 활동을 지속해 왔던 따뜻한 교사였다. 유족들은 극도의 슬픔 속에서도 고인의 평소 신념을 이어받아, 고인의 피부 조직을 화상 환자들을 위해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사망 이튿날인 9월 8일 지역 커뮤니티에는 "마지막까지 선생님이셨습니다"란 유족과 고인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