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외국인이 300만명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천광역시 인구와 맞먹는 수치로 전체 인구 대비 5.7%다. 외국인 10명 중 8명은 인구소멸지역의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이거나 유학생 등 장기 체류자다. 이들이 국내 산업과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무시할 수 없게 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통합을 꾀하는 이민정책이 필요한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 7월말 기준 290만3463명으로 집계됐다. 2007년 106만6273명 대비 172.3% 증가했다. 전체 인구 대비 비율도 같은 기간 2.2%에서 5.7%로 높아졌다. 국내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천시의 주민등록인구 약 306만명에 육박하는 규모다.
국내 체류 외국인 대부분은 일정한 체류 자격을 갖추고 국내에 생활 기반을 둔 장기체류 외국인이다. 등록외국인은 164만4461명, 국내 거소를 신고한 외국국적동포는 60만2252명으로 집계됐다. 두 분류를 합한 장기체류 외국인은 224만6713명으로 전체의 77.4%를 차지했다. 반면 단기 체류 외국인은 65만6750명으로 22.6%에 불과했다.
실제 체류 기간을 봐도 장기간 머무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 3년 이상 체류자는 150만5399명으로 전체의 51.8%였다. 5년 이상은 121만2992명(41.8%), 10년 이상도 53만8613명(18.6%)에 달했다.
체류 목적도 노동에만 머물지 않았다. 유학·연수 체류자는 32만2489명으로 비전문 취업(E-9) 체류자 35만421명과 비슷한 규모였다. 영주자는 23만962명, 결혼이민자는 15만7807명이었다. 외국인들이 더 이상 단순 산업현장의 노동자가 아닌 학생과 가족·지역 주민으로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단순노동을 하던 외국인이 숙련인력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었다. 비전문 취업(E-9)에서 숙련기능인력(E-7-4)으로 체류자격을 바꾼 외국인은 2017년 281명에서 2023년 1만1891명, 2024년 1만3456명으로 증가했다.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누적 전환 외국인은 4만7803명에 달한다.
E-9은 제조업과 농어업 등 일손이 부족한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에게 주는 비자다. 국내 근무경력과 숙련도·소득·한국어 능력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E-7-4 전환을 신청할 수 있다. 일정 기간 일한 뒤 출국하는 것을 전제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가 숙련된 인력으로 인정받고 국내에서 계속 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에서 4∼5년 이상 일하면 한국어와 현장 기술을 익히고 사업장과 지역사회에 생활 기반을 마련한다"며 "체류가 길어지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력 불렀는데 사람이 왔다는 말이 지금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변화를 정확히 보여준다"며 "외국인을 일정 기간 사용하고 내보내는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필요한 사람은 선별해 장기적으로 정착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기 체류 외국인들은 소득의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소비하고 있었다. 2023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에서 비전문 취업 외국인은 소득 사용액의 56.5%를 국내외 송금에 사용했다. 생활비와 주거비에 사용한 비중은 23.1%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 상당 부분을 해외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영주권자는 소득 사용액의 61%를 생활비와 주거비에 썼고 국내외 송금 비중은 5.6%였다. 유학생은 생활비와 주거비에 85.1%를 사용했다. 영주자와 유학생이 비전문 취업 외국인보다 소득을 국내에서 소비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유학생들이 학생이 부족해 재정 위기에 놓인 지방대와 대학가의 임대업·상권을 살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인의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한국에 머무는 기간과 생활 방식도 달라졌다"며 "외국인 300만명 시대에는 누구를 받아들이고 교육해 정착시킬지, 내국인 일자리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을 어떻게 줄일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1층 민원실에는 방문예약제를 도입했음에도 외국인등록과 체류기간 연장, 체류자격 변경 등을 신청하려는 민원인 수십명이 차례를 기다렸다. 한 예약민원 창구에는 먼저 접수한 서류뭉치가 직원의 머리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직원들은 야근이 일쑤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민원을 접수한 뒤 서류 심사를 시작한다"며 "허가 여부를 결정하려면 꼼꼼한 확인이 필요해 정규 업무시간 안에 끝내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체류외국인은 약 42% 늘었지만 같은 기간 지방 출입국 사무소 정원은 약 4%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 예약은 최장 77일까지 밀렸고 기존 민원 처리도 벅차 새로운 비자와 정착·사회통합정책을 집행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머니투데이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체류외국인은 2021년 195만6781명에서 지난해 278만3247명으로 82만6466명(4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방 출입국 사무소의 출입국관리공무원 정원은 2568명에서 2668명으로 100명(3.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장기적으로 봐도 행정 인력은 외국인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체류외국인은 2007년 106만6273명에서 지난해 278만3247명으로 1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방 사무소 정원은 1619명에서 2668명으로 64.8% 늘었다. 체류외국인 수를 지방 사무소 전체 정원으로 단순 환산하면 직원 1명당 외국인은 659명에서 1043명으로 58.4% 증가했다.
지방 사무소 정원에는 체류 민원뿐 아니라 공항·항만의 입국심사와 불법체류 조사·단속 등을 맡는 인력도 포함된다. 그동안 늘어난 인력의 상당 부분은 국제선 운항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공항·항만 심사 업무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장기체류자를 관리하는 인력의 증가 폭은 전체 정원 증가율보다 낮다는 계산이 나온다.
법무부는 민원실 혼잡을 줄이기 위해 2021년 전국 출입국 사무소에 방문예약제를 도입했다. 이전에는 민원인들이 새벽부터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섰고 대기 행렬이 청사 밖으로 약 1㎞ 이어지기도 했다. 예약제 시행 이후 사무소 안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약 4시간에서 10분 안팎으로 줄었다.
그러나 민원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청사 밖에 보이던 대기 행렬이 전산시스템 안의 예약 대기로 옮겨갔다. 지난해 전국 출입국 사무소의 방문 예약 평균 대기기간은 19.2일이었다. 가장 긴 대기기간은 77일에 달했다. 체류기간 만료가 임박했는데도 예약하지 못한 외국인은 비예약 긴급창구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처리된 비예약 민원은 246만건으로 예약 민원 99만건의 약 2.5배였다.
업무 과부하는 외국인의 숫자만 늘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국내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지방 사무소가 처리해야 할 업무의 종류가 많아졌다. 지난해 말 장기체류외국인은 215만9052명으로 전체 체류외국인의 77.6%를 차지했다. 외국인 10명 중 약 8명이 외국인등록과 체류기간 연장, 체류자격 변경 등 입국 이후에도 지속적인 체류 행정의 대상인 셈이다.
과거 지방 사무소는 외국인등록과 체류 심사, 불법체류 조사·단속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현재는 △유학생의 취업비자 전환 △숙련인력·지역특화 비자 △사회통합교육 △외국인 고용사업장 관리 △인권침해 대응 △지역·대학·기업과의 협력까지 맡고 있다. 관리·심사·조사 중심 업무를 하기에도 벅찬데 업무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새로운 비자나 사회통합정책을 만들더라도 일선에서는 현재 인력으로 기존 업무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외국인도 책임을 다하며 적응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사회 통합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할 인력과 조직도 함께 보강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업무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출된 서류의 내용을 직원이 전산시스템에 다시 입력하고 같은 정보를 반복해서 확인하는 단순 작업이 적지 않다고 한다. 서울출입국청 관계자는 "단순 입력과 반복 확인은 시스템이 보조하고 전자민원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직원들이 체류 요건과 제출자료의 진위를 판단하는 고난도 심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