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무책임한 '엄벌행정'②과징금 수위 높이고 있는 재계 저승사자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의 '때리고 보자'식 과징금 부과 탓에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판단이 과도하다며 불복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법원에서 과징금 부과가 뒤집히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약 1조35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부과액 3400억원의 4배에 달한다. 설탕 담합(4083억원)과 밀가루 담합(6710억원) 등 두 사건에서만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특히 아직 의결서가 공개되지 않아 이번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전분·전분당 담합건은 담합 사건 역대 최대인 7476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위 과징금 확대는 이재명정부 들어 공정위가 물가 안정을 위해 설탕·밀가루 등 먹거리부터 교복·기름 등 전방위 조사를 벌인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정부가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선정한 특별관리품목에 공정위 관리 대상이 포함되는 등 공정위가 물가당국이 됐단 비판도 제기된다.
이런 기조 속에 공정위 과징금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과거 단일 사건 기준 1000억~2000억원 수준이던 고액 과징금이 점차 덩치를 키워 수천억원 단위로 부과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은행 LTV(담보인정비율) △설탕 △밀가루 △인쇄용지 △전분·전분당 등 담합 사건에 수천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부과한 역대 최대 과징금 기록(2016년 퀄컴 사건, 1조311억원)이 조만간 깨질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실제 공정위는 담합 사건 과징금 부과기준율 하한을 기존 0.5%에서 10%로 20배 올리고, 사익편취(부당지원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사건 과징금 부과기준율 하한을 최소 100% 이상으로 상향하는 과징금 체계를 도입했다. 하도급·가맹·대리점 등 분야의 과징금 기준도 강화했다.
문제는 과징금의 적정성 여부다. 공정위 판단이 과도하다는 기업들의 행정소송이 늘어나면서 법원에서 결과가 뒤집어지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실제 대법원은 최근 '웹소설 저작권 갑질'을 이유로 공정위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부과한 5억40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또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4월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몰아줬다고 공정위가 부과한 2349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전부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공정위가 이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해당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독자들의 PICK!
지난해에는 SK실트론 사익편취 사건 관련 SK와 최태원 회장에게 부과한 과징금 총 16억원을 취소하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공정위가 SPC그룹 부당지원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647억원을 전액 취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정위의 부실 처분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단골 지적사항으로 꼽힌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공정위가 행정소송 패소나 직권 취소 등으로 기업에 다시 돌려준 과징금 누적액(순환급액)은 6247억원에 달한다. 이자 성격의 환급가산금도 474억원에 이른다.
업계와 법조계에선 공정위가 '일단 때리고 추후 법원 판단에 맡기자'는 식으로 과도하게 과징금 제재를 내리고 있단 비판이 나온다.
한 공정위 출신 관계자는 "공정위가 법원 1심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세심한 법리 검토와 과거 심결례 등을 고려해 책임있는 처분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