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깅(mogging)."
지난 5월3일(현지시간)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는 자사 생성형 AI(인공지능) 모델 GPT-5.5가 최신 물리학 벤치마크 'CritPt'에서 경쟁 모델을 큰 격차로 앞섰다는 물리학자 스티븐 수의 게시물에 이런 짧은 댓글을 남겼다. 자사 모델의 압도적 1위를 이 한 단어로 자축한 것이다.
미 빅테크 CEO도 사용하는 '모깅'은 젠지(Z세대·1990년 중반~2000년 초반 출생자)를 중심으로 SNS에서 폭발적으로 쓰이는 신조어다. 다른 사람이나 대상보다 더 돋보이거나 압도한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알리사 리우는 지난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 제 주 목표는 그냥 모그(mog)하는 거였다"고 말해 주목받기도 했다. 미 NBC 산하 온라인매체 투데이닷컴은 10대들에게 영향력이 큰 리우의 한마디가 다른 세대에도 이 신조어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모깅은 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마노스피어'(manosphere)에서 유래했다. 'AMOG'(Alpha Male Of Group·집단 내 알파 남성)에서 파생된 표현으로, 2010년대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서 다른 남성을 외모나 신체 조건, 성적 매력 등에서 압도해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키와 체격, 턱선 등 신체적 특징을 비교해 누가 더 매력적인지를 가르는 식이다.

최근 모깅의 사용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젠지들은 사진 속 체격이 상대보다 돋보이는 경우에는 '프레임 모깅', 길에서 다른 사람을 앞질러 걷을 경우에는 '워크 모깅'이라는 농담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단순히 신체적 우월함을 겨루는 것을 넘어 옷차림이나 단체 사진 속 존재감, 게임·운동 실력 등 타인보다 돋보이는 모든 상황에서 쓰이고 있는 것으로, 타인과 비교해 자신이 더 우위에 있거나 돋보였다는 의미로 활용된다.
모깅의 확산에는 자기관리를 극한까지 추구하는 '맥싱(maxxing)' 열풍이 한몫했다. 수면 환경을 최적화하는 '슬립맥싱'부터 외모를 극대화하는 '룩스맥싱'까지, 자신을 가꾸는 과정이 SNS의 주요 콘텐츠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그 완성본을 과시하는 모깅으로 이어졌다. 자신을 갈고닦는 노력이 '맥싱'이라면, 남들보다 돋보이며 그 결실을 확인받는 순간이 바로 '모깅'이다.
기업들 역시 이런 흐름을 발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리어트, 뷰티 브랜드 세라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젠지 세대의 시선을 끌기 위해 '맥싱'과 '모깅' 같은 용어를 광고 문구나 밈(meme)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남성 커뮤니티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모깅'이 광고 문구로 사용될 정도로 대중화된 배경에는 SNS 등장과 함께 확산한 '경쟁·비교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킹스컬리지런던의 토니 쏜 신조어 연구소 이사는 "모깅에는 극단적인 경쟁·개인주의 성향이 담겨 있다"며 "누군가를 압도하고 우위를 점하려는 심리가 SNS를 타고 젠지의 주요 행동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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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아동마음연구소의 심리학자 다니엘 마르티네스 박사는 "외모를 극도로 수치화하는 SNS 콘텐츠와 결합한 모깅 문화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타인과의 비교를 지속해서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깅 열풍을 "SNS 중심으로 비교 문화가 퍼지는 과정에서 '너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의 왜곡된 평가가 강화되고, 이것이 타인을 깎아내리거나 반대로 자신을 평가 비하하는 열등감으로 표출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모깅 열풍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청소년 정신건강 전문 기관인 프레리케어는 보고서를 통해 "타인과의 시각적 비교를 수치화하고 유희화하는 문화는 아이들 스스로를 끊임없이 '승자'와 '패자'로 분류하는 위험한 환경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심리치료사 윌 아돌피도 모깅이 "신체적 외모와 지위에 따라 특정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지배한다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모깅이 단순히 '누가 더 잘났나'를 가볍게 표현하는 유행어를 넘어, 사람의 가치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평가하는 문화가 당연시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