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법원, 정치권력 부당한 간섭 없이 재판해야"

양윤우 기자
2026.09.11 12:37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조희대 대법원장이 "헌법상 독립된 국가기관인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은 물론 소송당사자로부터도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재판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이런 헌법적 사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우리 사법부에 주어진 변함없는 책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권의 독립이 외부 압력에 흔들렸던 역사도 설명했다. 그는 "정부 수립 초기부터 산업화와 군사정권의 격동기를 거쳐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사법권의 독립은 갖가지 압력과 간섭 속에서 끊임없이 시험받아 왔다. 대한민국 법원이 사법권 독립의 가치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사법부의 역할과 사명을 믿고 지지해 주신 국민의 신뢰와 성원 그리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수많은 법원 구성원의 용기와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 구성원들이 사회적 갈등이 커질수록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회적 갈등과 극심한 대립이 재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갈등이 첨예할수록 법원은 더욱 흔들림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맡은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사법부의 변화도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전국 각지에 가정법원과 회생법원을 꾸준히 확충해 국민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전문적이고 편리한 사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점차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는 분쟁 양상에 대응하기 위해 해사 국제상사법원의 차질 없는 개원을 준비하는 한편 노동법원을 비롯한 전문법원 설치를 위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감정 절차 관리 제도의 적용을 확대하고 '민생사건 적시처리부' 를 운영하는 등 국민의 일상과 밀접한 사건을 더 신속하게 해결하고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무 과정에서 부담을 겪는 법원 구성원들을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과정에서 법원 구성원들이 때로는 개인의 힘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에 직면하기도 한다. 사법부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법원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꾸준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은 대법관 후보 제청 문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 이견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 나온 것으로, 그 배경과 맥락에 이목이 집중된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청와대와 합의를 마치고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는 관례를 깨고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했다. 이에 청와대는 절차적 완결성을 문제삼으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조만간 밝힐 예정이다.

한편 대한민국 법원의 날은 1948년 9월 13일 대한민국이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넘겨받아 사법부가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출범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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