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에 대한 국가 주도 배상체계가 시행된 가운데 피해자 단체가 배상 신청기한 연장과 피해자 참여 보장 등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피해연대)는 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주도 배상체계로의 전환이 실질적인 피해자 권리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손해배상 신청부터 심의·판정·지급까지 전 과정에서 피해자 권리가 축소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 개정 법률이 시행되면서 정부는 국가와 기업이 함께 책임지는 '국가 주도 배상체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배상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피해연대는 개정 법률의 한계점으로 6개월로 제한된 배상 신청기한과 피해 인정 범위·배상액 축소 가능성, 정신질환·후속질환 등에 대한 지원 공백 등을 꼽았다. 또 배상심의 과정에서 피해자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피해연대 사무처장은 "잠복된 질환이 20~30년 후에도 나타날 수 있는데 신청을 6개월 만에 마감하면 이를 어떻게 포착할 수 있나"라며 "현행법상 인정되는 폐질환도 10가지 정도로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7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개최한 피해자 설명회에서도 배상기준의 결정 과정과 피해자 의견의 반영 여부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며 "국가배상체계로 전환하면서도 피해자의 실질적 참여와 협의권이 보장되지 않아 입법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의 장기적인 치료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피해자는 "10년 전 폐암 수술을 받고 기관지염과 천식 등을 앓고 있지만 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불안과 우울 등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도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연대는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2기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도 요구했다. 한 참가자는 "독성 관리와 진상 규명, 재발 방지 체계 구축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국가와 기업의 책임 배상 기준을 결정하고 운영 과정을 조사할 수 있는 제2기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공론화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피해 규모의 1% 수준의 신고만 이뤄지는 등 진상규명의 진척이 더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가습시살균제로 인한 건강 피해 인원이 약 95만명, 사망자가 2만명으로 추산되는 방면 지난달 말 기준 누적 신고인원·사망자는 1만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