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검색도 했는데…친조부 살해 혐의 20대 "고의 인정 어려워", 왜?

최문혁 기자, 김완렬 기자
2026.10.23 12:43

존속살해 대신 존속상해치사죄 인정
"반사회적 범죄지만…유족 처벌 불원 등 사정 고려"

서울북부지법./사진제공=서울북부지법.

친할아버지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20대 손녀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존속살해 혐의 대신 존속상해치사죄를 인정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최경서)는 23일 오전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대학생 노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몰수했다.

노씨는 지난 5월18일 서울 동대문구 자택에서 친할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던 중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직후 스스로 119에 신고하고 응급구조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는 노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됐다. 공소청은 노씨의 인공지능(AI) 검색 기록과 유튜브 시청 기록 등을 근거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씨의 인터넷 사용 기록에서는 살인 등 범행과 관련된 검색 내용이 확인됐다.

노씨 측은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상해치사 혐의를 주장했다. 노씨는 최후변론에서 "확실한 의사 표현을 하겠다는 생각이었을 뿐 절대로 할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겠다는 악마 같은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 기록만으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I 질문과 답변은 충동을 조절하는 방법이거나 상담을 받아보라는 내용"이라며 "살인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이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도 '복수심은 정상적 본능이지만 실제 복수를 저지르면 인생을 망칠 수 있으니 인생에 집중하자'는 내용"이라고 했다.

노씨의 시청 기록에는 최근 발생한 '강북구 모텔 살인' 사건 관련 언론 보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러한 알고리즘 뉴스를 봤다는 사실을 이 사건 범행과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밝혔다.

노씨가 친할아버지의 이름과 욕설을 적은 메모도 증거로 제시됐다. 메모에는 '복수하는 것은 내가 잘되는 것밖에 없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라며 "공소청이 제시한 증거들은 살인의 의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씨가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주거비를 아껴 유학 비용에 보탤 만큼 유학에 대한 목표 의식이 뚜렷했다"며 "20대 초반에 자신의 진로와 장래를 모두 포기하면서까지 살인할 동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존속상해치사죄는 형법상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법정형의 하한인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공소청은 결심공판에서 노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일시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범행에 이른 점은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 범죄"라면서도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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