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태국인 아내의 얼굴에 끓는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힌 한국인 남편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도영)는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4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3일 낮 12시쯤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한 아파트 자택에서 자고 있는 태국인 아내 B씨(30대)의 얼굴에 커피포트로 끓인 물을 부어 2도 화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한 화상 치료 전문병원으로 이송된 B씨를 진료한 의료진은 가정폭력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B씨는 지인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이를 태국 매체들이 보도하면서 현지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날까 봐 얼굴을 못생기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넘어지면서 실수로 물을 쏟았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 과정에서는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B씨는 A씨가 구속된 직후 법원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으나 변호사들과 상담한 뒤 1심 선고 직전 처벌을 원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1심 재판부는 "잠든 배우자의 얼굴에 뜨거운 물을 붓는 행위는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잔혹하고 반인륜적인 범행"이라며 "피해자가 겪은 육체적·정신적 트라우마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치료비로 1500만원이 들었고 앞으로 약 360만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이는 태국인 지인과 한국인들의 기부로 충당됐다. 피고인이 소액의 치료비를 부담한 것 외에는 치료비가 지급되지 못했다"고 했다.
B씨가 제출한 처벌 불원서에 대해서는 한국 사회에서 고립돼 A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작성된 만큼 진정한 의사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는 등의 조건으로 합의해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해 선처를 원하고 있다.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