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왜, 왜(Why, Why, Why)."
28일 오전에 '10·29 이태원 참사' 외국인 유가족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별들의 집. 참사로 딸 스티네 로아크밤 에벤센을 잃은 노르웨이인 아버지 에벤센의 목소리가 떨렸다. 에벤센은 "스티네는 한국을 사랑했지만 한국은 스티네를 사랑하지 않았다"며 "한국어를 사랑하고 한국여행을 즐겼던 딸이 차가운 상자에 담겨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왜"라는 말을 3차례 반복하며 언성을 높였다.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날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를 앞두고 한국을 찾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참사발생 4년이 지나도록 책임소재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한국 정부로부터 충분한 정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스티네의 어머니 수잔은 "사랑하는 딸을 잃은 지 4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삶은 여전히 멈춰 있다"며 "지난 4년간 셀 수 없이 많은 신청서를 작성했지만 담당자와 이메일 주소가 바뀔 때마다 누구에게 무엇을 요청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은 전날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로부터 희생자들의 마지막 동선과 구조과정이 담긴 영상 등을 확인했다.
카자흐스탄 희생자 마디나 셰르니야조바의 언니 다미라는 "어떤 병원에 처음 옮겨졌고 언제 사망했는지 알고 싶었는데 올해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란인 희생자 알리 파라칸드의 어머니 하자르는 참사책임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그는 "내 아이가 도움을 받기까지 50분이나 걸렸다"며 "구조요청이 있었는데 왜 아무도 제때 대응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유가족들은 한국 정부와 소통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이후 정부나 대사관으로부터 진상규명 진행상황을 설명받은 적이 있는지 물었지만 유가족 가운데 손을 든 사람은 없었다.
외국인 유가족의 방한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간담회에는 노르웨이와 이란, 카자흐스탄, 프랑스 등 10개국에서 온 유가족 30여명이 참석했다.